증세 못박은 문재인 정부
정치권, 증세 논쟁 가열
국민의당·바른정당 "밀어붙이기식 증세 반대"
[ 김채연 기자 ] 정부의 추가경정예산안이 우여곡절 끝에 국회 문턱을 넘자마자 ‘부자증세’ 논쟁이 정치권의 새로운 뇌관으로 떠올랐다. 정부와 여당은 ‘상위 0.08% 슈퍼리치에 대한 핀셋 증세’, ‘조세 정의 실현’ 등을 내세우며 증세를 밀어붙일 태세지만 야당은 “기업의 엑소더스 현상이 일어나 서민 고통만 증가할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증세가 초대기업, 초고소득자에게만 해당하는 핀셋 증세라는 점을 전면에 내세우며 대대적 여론전을 폈다. 제윤경 원내대변인은 23일 브리핑에서 “이번 논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꼴찌 수준인 세후 소득재분배율을 시정해 조세 정의를 실현하고 사회 양극화로 인한 갈등을 극복하는 기회”라며 “상위 0.08% 슈퍼리치 증세는 포용적 복지국가로 가는 길”이라고 말했다. 이어 “소득 2000억원 이상 초대기업은 116개 사로 전체 신고 대상의 0.019% 수준이고, 소득 5억원을 넘는 초고소득자 역시 전체 국민의 0.08%에 불과하다”며 “일반 중산층과 서민·중소기업에 대한 증세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자유한국당은 부자증세 추진에 강력 반발했다. 한국당은 지난 대선에서 5개 정당 중 유일하게 법인세 인하 등 감세를 주장했다. 이현재 정책위원회 의장은 이날 “넓은 세원, 낮은 세율이 조세의 대원칙이 돼야 한다. 일부 부유층만 대상으로 한 것이라고 해도 증세에 동의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그러면서 “전체 근로자의 40%가 넘는 면세자 비율 축소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선동 원내수석부대표는 최근“대한민국이 세금폭탄 공화국이 될 판”이라며 “전 세계적인 추세에 역주행하다가는 초우량 대기업들이 해외로 탈출하는 엑소더스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겉으론 증세 반대 입장은 아니지만 신중론을 내세웠다. 이종철 바른정당 대변인은 “법인세 조정이나 고소득자 (세율) 조정은 수용할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다”면서도 “정부·여당이 밀어붙이듯 추진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일방적으로 어느 한쪽의 희생만 강요하듯이 가는 건 맞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태규 국민의당 사무총장은 “증세 범위와 수준, 실효세율 문제 등을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당은 24일 오전 의원총회에서 증세 논의를 할 예정이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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