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간 전국을 돌며 노래방 등 영세 사업자 1000여명에게 중국산 불량 전구를 발광다이오드(LED) 제품이라고 속여 팔아넘긴 서울의 한 조명업체에 대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서울 중랑경찰서는 21일 영세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정부 지원을 받아 싼값에 LED 조명으로 교체하면 전기요금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고 속여 중국산 불량 전구를 팔아넘긴 A업체를 사기 혐의로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서울 중랑구에 위치한 이 업체는 2014년부터 전국의 모텔 노래방 펜션 음식점 등을 돌며 LED 조명 교체 계약을 체결했다. 경찰은 업체를 압수수색해 1000여명 이상의 영세 자영업자와 계약이 이뤄진 사실을 확인했다. 현재까지 중랑경찰서에 피해를 신고한 피해자만 수백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 금액 역시 1인당 수백만원대다.
이 업체가 실제로 교체한 LED 조명은 싸구려 중국산인 것으로 드러났다. 제주도에서 모텔을 운영하고 있는 피해자 A씨는 “3개월 뒤부터 조명이 하나둘씩 고장나기 시작했고 전기 요금 감소폭 역시 10%도 채 되지 않았다”며 “업체에서 3년간 무상수리를 약속했으나 연락을 피해 결국 자비를 들여 다른 업체에서 수리해야 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뿐만 아니라 이들은 설치비를 부담스러워 하는 영세 자영업자에게는 “할부금 이자를 정부에서 전액 지원해준다”고 속여 36개월 할부로 대출을 권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명교체 계약 뒤 채권을 할부금융사에 팔아넘기기도 했다. 경기 가평에서 펜션을 운영 중인 피해자 B씨는 “할부금융사에 내용증명을 넣어봤지만 할부금융사는 계약 당시 사기 사실을 몰랐으니 철회가 안 된다는 답변만 돌아왔다”며 “매달 날아오는 할부 고지서를 볼 때마다 억장이 무너진다”고 했다.
피해자들은 법적 소송을 준비 중이다. 피해자 대부분이 중년층으로 인터넷,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 익숙하지 않은데다가 업체가 여러 차례 이름을 바꿔 장기간 추가 피해가 이어졌던 것으로 전해졌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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