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
공공부문 3단계로 정규직화…터져나온 불만
무기계약직 "급여·처우 차별 받는데…"
노동계 "단계적 시행 등 기대에 못 미친다"
파견·용역업체 "정규직화 땐 사업 접어야"
[ 심은지 기자 ]
정부가 20일 발표한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은 큰 틀의 원칙만 정하되 노사 자율에 방점을 찍었다는 점에서 일부 긍정적이란 평가가 나온다. 정부는 공공부문을 총 3단계로 나눠 정규직 전환을 추진하기로 했다. 용역·파견 직원의 직고용을 고집하지 않고 자회사를 둘 수 있는 여지도 남겨뒀다.
비정규직에 포함할지 여부를 놓고 논란이 돼온 무기계약직과 기간제 교사 등도 이번 정규직 전환 대상에서 제외했다. 비정규직 전환을 무리하게 밀어붙이지 않고 현실에 맞게 고민한 흔적이 보인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하지만 이번 가이드라인은 논란을 부분적으로 봉합하는 것에 그쳐 또 다른 갈등의 불씨를 키운 측면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장 노동계는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고 반발했다. 가이드라인이 오히려 공공부문 노사, 노노(勞勞) 갈등을 확대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비정규직 31만 명 중 절반 혜택
이날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중앙부처, 자치단체, 공공기관 등 공공부문 852곳에 속한 비정규직 근로자는 31만 명에 이른다. 기간제 근로자는 19만1000여 명, 파견·용역 근로자는 12만300명이다. 전체 공공부문 근로자(184만 명) 중 16.8% 정도가 비정규직이다.
정원 및 예산은 아직 미정이다. 기관별 실태조사를 통해 정규직 전환 범위 등을 세부적으로 조율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31만 명의 비정규직 중 절반 이상인 16만 명가량이 정규직 전환의 혜택을 볼 것이라는 게 정부 관계자들의 예상이다.
정부가 제시한 △상시·지속적 업무 △충분한 노사 협의 △고용안전·차별 개선 △정규직과의 연대 등이 기본 원칙이고 세부 원칙은 노사 합의가 중요하다.
◆무기계약직 “우리가 정규직이냐”
이번 가이드라인에서 무기계약직, 기간제 교사 등은 대상에서 빠졌다. 무기계약직은 정부의 전환 기준에 들어맞지만 노동법상 이미 정규직으로 분류된다. 정부는 무기계약직의 처우를 개선하고 명칭도 기관별로 적합한 명칭으로 바꾸는 방안을 이번 가이드라인에 포함시켰다. 복지포인트, 식비, 출장비 등 복리후생적 금품 등에서 차별을 없애긴 하지만 기존 정규직과 마찬가지로 호봉제를 적용할 수는 없다는 얘기다.
무기계약직은 반발했다. 서울의 한 교육기관에서 무기계약직으로 일하는 A씨는 “2013년 기간제에서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됐는데 급여와 처우는 비정규직일 때와 동일했다”며 “연봉이 1년에 2만원 올라 17년을 일해야 연 35만원이 오르는데 우리를 정규직으로 보는 게 맞느냐”고 말했다.
무기계약직이 정규직 전환 대상에서 빠지면서 사업주들은 인건비 절감을 위해 기간제 근로자들을 무기계약직으로 돌릴 가능성도 있다. 이 역시 노동계 반발을 부를 수 있는 요인이다. 공공기관을 시작으로 지방자치단체 등으로 단계적으로 시행한다는 지침도 노동계는 불만이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이날 성명서를 내고 “1단계 전환 대상에서 밀려난 2단계, 3단계 전환대상자의 전환 시기를 최대한 앞당겨야 한다”며 “3단계에 속한 지자체 및 민간위탁 노동자 규모가 광범위하다”고 지적했다.
◆파견·용역업체 ‘노사 모두 불만’
파견·용역 등 간접고용에 대한 지침은 노사 양측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파견·용역 근로자를 계약기간 종료와 함께 곧바로 정규직으로 전환하면 업주로선 사업을 접어야 한다.
인천공항공사에 인력을 파견하는 한 용역업체 임원은 “경영평가가 좋아 다음 번에도 파견업체로 선정될 것이라는 기대가 컸는데 연내 사업을 접어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노동계에선 공공기관이 파견·용역 근로자를 자회사의 정규직 직원으로 채용하는 방식도 열어둔 것을 문제점으로 지적한다. 모두 본사가 직고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자회사 방식은 원청이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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