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합쇼핑몰 내년부터 대형마트처럼 영업일 규제
전통시장 인근 출점도 제한
업계 "주말 휴점 땐 타격 외국인 쇼핑 관광 막는 셈"
[ 이수빈 기자 ]
내년부터 스타필드하남과 롯데월드타워(사진) 등 복합쇼핑몰도 대형마트처럼 월 2회 휴점하게 됐다. 전통시장 근처 등 골목상권에는 복합쇼핑몰 출점을 제한하는 규제도 올해 안에 생긴다.
청와대와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19일 발표한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 따르면 정부는 중소기업청 주관 아래 ‘더불어 발전하는 대·중소기업 상생 협력’을 국정과제로 정하고, 2018년부터 복합쇼핑몰 영업을 대형마트 수준으로 제한키로 했다. 또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역량 강화’를 위해 복합쇼핑몰 등 대규모 점포의 골목상권 입지·영업을 제한한다는 내용도 발표했다. 관련 법안은 올해 법제화하기로 했다.
◆외국인 관광객 어디로 쇼핑가나
복합쇼핑몰이 대형마트처럼 영업일 규제를 받게 되면 격주 주말에 문을 닫아야 할 가능성이 높다.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은 2012년 1월 유통산업발전법이 개정되면서 영업규제를 받기 시작했다. 지방자치단체는 매월 2일 이내로 영업휴무일을 지정할 수 있다. 대부분 지자체들이 격주 주말을 대형마트 휴무일로 정했다.
복합쇼핑몰 영업규제는 문재인 대통령 선거 공약에 포함돼 있었다. 하지만 막상 시기가 내년으로 명확해지자 롯데 신세계 등 유통업체들은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방문객들이 몰리는 주말에 대형마트처럼 쉬면 매출에 큰 타격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롯데월드타워, 스타필드하남 등의 방문객은 주말이 평일에 비해 1.5~2배 많다. 하루 매출도 주말이 평일에 비해 2배가량 많다. 업계에선 규제가 시행되면 월매출이 10%가량 감소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해외에선 한국을 뉴욕이나 홍콩 같은 쇼핑 관광지로 보고 있어 쇼핑몰이나 아울렛을 찾는 외국인 방문객이 늘고 있다”며 “주말에 문을 닫으면 관광객들도 쇼핑하러 오지 말라는 얘기”라고 말했다.
대형마트가 받고 있는 영업시간 규제도 복합쇼핑몰에 적용될 수 있다. 유통산업발전법은 대형마트 영업시간을 0시부터 오전 10시까지 제한하고 있다. 심야쇼핑관광지인 동대문 상권에 있는 두타몰, 롯데피트인 등 쇼핑몰이 이 규제를 받으면 밤 12시 전에 문을 닫아야 한다. 이들 쇼핑몰엔 오후 10시~오전 2시 사이에 방문객이 가장 많다. 한 쇼핑몰 관계자는 “한국관광공사가 해외에는 한국을 ‘쇼핑천국’이라고 홍보하면서 동대문 심야쇼핑관광을 소개하고 있다”며 “쇼핑몰 규제는 관광 규제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기준 모호해 실효성 의문’
골목상권 보호를 이유로 복합쇼핑몰의 입지가 제한되면 유통업체들은 현재 출점계획을 전면 수정해야 한다. 롯데 신세계 AK플라자 등은 당장 내년에 새로 열기로 계획한 복합쇼핑몰만 6곳이다. 이들 업체는 이미 쇼핑몰 부지를 마련해놓고 공사에 들어갔다. 유통업체들은 복합쇼핑몰 대부분이 도시 외곽이나 교외에 있는데도 골목상권 보호를 이유로 출점을 규제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한다. 복합쇼핑몰 한 곳당 근무하는 직원이 3000~5000명인 점을 감안하면 정부의 일자리창출 정책과도 어긋난다고 말한다.
기준이 모호해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직접 물건을 조달해 판매하는 대형마트와 달리 복합쇼핑몰에는 대부분 외부 매장이 입점해 있다. 현재 대형마트는 2주에 한 번 문을 닫지만, 그 안에 입점한 식당 등은 영업할 수 있다. 복합쇼핑몰이 휴점하면 다수의 입점업체도 영업을 쉬어야 하는 건지, 아니면 그냥 영업해도 되는 건지 모호하다는 지적이다.
복합쇼핑몰의 범위를 어디까지 봐야 하는지도 모호하다. 복합쇼핑몰 규제에 아울렛이 포함되는지도 합의되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유통업계에서는 다른 업태와 구분하기 위해 쇼핑매장에 영화관 등 즐길 시설이 함께 입점한 쇼핑몰을 복합쇼핑몰이라고 부른다”며 “정부에서 얘기하는 복합쇼핑몰은 대기업이 운영하는 대규모 쇼핑몰이라는 뉘앙스가 있어 용어 정의가 불분명하다”고 말했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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