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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누구를 위한 '플랫폼 중립성' 논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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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플랫폼은 무한경쟁 시장
모두를 만족시키는 '중립성' 없어
규제 탓 산업뿌리 흔들려선 안돼"

류민호 < 호서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 >



“내 경쟁자를 규제해 달라.” 새롭게 등장하는 사업자를 견제하기 위해 전통 사업자들이 규제기관에 자주 요청하는 말이다. 일각에서는 얼마 전 미래창조과학부를 중심으로 시작된 ‘플랫폼 중립성’ 논의가 통신사업자들이 자신에게 집중된 규제적 관심을 분산시키고 인터넷 플랫폼 사업자들을 견제하기 위해 고안해 낸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이런 주장이 낭설일지라도 플랫폼 중립성 규제 도입에 앞서 다양한 측면의 검토와 논의가 반드시 필요하다.

먼저, ‘중립성’이라는 모호한 단어로 포장돼 있지만 플랫폼 중립성과 망 중립성은 근본적으로 다른 개념의 용어다. 망 중립성 규제는 네트워크에 흐르는 데이터 트래픽을 통신사업자가 마음대로 차단하거나 차별하지 말라는 내용이다. 막대한 초기 인프라 비용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주파수 등 국가가 보유한 공공의 자원을 소수의 사업자에게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함에 따른 부작용과 권한 남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다.

반면 플랫폼 중립성은 그 뜻부터 모호하다. 일부 급진적인 학자들이 망 중립성의 차단금지 및 차별금지 조항을 플랫폼 사업자에 적용하자는 주장을 할 뿐 구체적인 실체가 없다. 플랫폼 중립성을 구체적으로 정의하기 힘든 이유는 인터넷 플랫폼에서 모두를 만족시키는 ‘절대적 중립성’은 애초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인터넷에서 보이는 결과는 기계적인 알고리즘에 따른 것이지만 알고리즘을 코딩하는 것은 사람이기 때문에 결국은 사람의 주관과 판단이 반영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나아가 하루에도 몇백 번씩 알고리즘은 스스로 진화하고 있다.

둘째, 국내 인터넷산업의 경쟁 환경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국내 인터넷 플랫폼 사업자들의 역사는 길어야 15년이다. 네이버, 카카오와 같은 사업자들이 영원할 것 같아 보이지만 사물인터넷(IoT)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면 음성검색을 장착한 새로운 형태의 플랫폼들과 다시 한 번 사활을 건 전쟁을 치러야 한다.

이렇듯 인터넷 플랫폼은 영원한 1등이 없는 무한경쟁시장이다. 통상 이런 자율경쟁시장에 대한 산업규제는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담당한다. 공정위는 2013년 국내 인터넷 사업자의 광고표시 문제에 대한 동의의결을 결정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미래부가 플랫폼 중립성 논의를 앞세워 사전 규제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쉽게 이해할 수 없다. 미래부는 인터넷산업에 규제를 적용할 때 더욱 책임 있고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방송통신산업에 대한 일부 규제 실패는 용납이 가능할 수 있다. 규제 실패의 결과가 국내 산업과 사업자에 한정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터넷산업에 대한 규제 실패는 무한경쟁 중인 국내 인터넷 플랫폼 산업의 뿌리를 송두리째 뽑아버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유럽에서 진행 중인 플랫폼 중립성 논의의 본질을 이해해야 한다. 유럽은 전통적으로 통신산업이 강한 지역이다. 영국의 보다폰, 독일의 도이치텔레콤은 전체 매출의 70%를 해외사업에서 벌어들일 만큼 해외 진출에도 적극적이었다. 하지만 유럽이 통신산업에 집중하는 동안 디지털 경제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등장했고 유럽은 이런 변화에 빨리 적응하지 못했다. 그 결과 현재 유럽의 인터넷 시장은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등 미국 사업자에 점령당했다. 유럽이 이런 상황을 타개하고 자국의 인터넷 플랫폼을 육성할 수 있는 전략적 포석을 두기 위해 꺼내든 카드가 플랫폼 중립성 논의다. 그렇기 때문에 유럽의 플랫폼 중립성 규제는 철저하게 미국의 글로벌 정보기술(IT) 사업자에 집중돼 있다.

국내 플랫폼 중립성 논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유럽과 같이 ‘피아(彼我) 식별’을 분명히 하는 것이다. 섣부른 플랫폼 중립성 규제 논의가 호시탐탐 국내 시장을 엿보는 해외 플랫폼 사업자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는 결과를 초래해서는 안 될 것이다.

류민호 < 호서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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