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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절망도 버텼는데…이젠 진짜 도산" 원전 기업인들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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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 논란

경주 현장서 만난 원전 중소기업인들 "피가 마른다"

"수출 막히고 수십년 쌓은 기술 무용지물
중국·일본·러시아 원전업계는 잔칫집 분위기
정권 바뀌었다고 정책 뒤집어 막대한 손실"



[ 김일규 / 안대규 기자 ]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 때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버티고 이겨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우리 정부가 원전을 중단하겠다고 하니 도산하는 수밖에요.”

원전 설비 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는 무진기연의 조성은 대표는 13일 경주 한국수력원자력 본사 앞에서 기자와 만나 “26년간 쌓은 기술이 무용지물이 될 것 같다”며 이같이 말했다. 광주광역시에 본사를 둔 무진기연은 원자로 덮개를 고정하는 볼트를 조이고 푸는 과정에 필요한 핵심 기술을 가진 업체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4년 모범 중소기업인으로 대통령 표창까지 받았다.

◆“수출길까지 다 막힐 것”

조 대표는 이날 한수원이 신고리 원전 5·6호기 공사를 일시 중단하는 이사회를 연다는 소식에 원전 관련 중소기업인 60여 명과 함께 경주 본사를 찾았다. 원전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호소하기 위해서다. 무진기연을 포함해 신고리 5·6호기 공사에 참여하는 기업은 전국 512곳, 공사인력은 2만9100명에 달한다. 신고리 5·6호기 참여 기업들은 당장 3개월 공사 중단으로만 1000억원에 달하는 손해를 볼 것으로 파악됐다. 영구 중단하면 피해액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조 대표는 “후쿠시마 사고 이후 원전 설비 관련 세계 시장이 사실상 사라졌다”며 “2015년부터 시장이 다시 회복되면서 그동안 축적한 기술을 바탕으로 국내외 공사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이 원전을 아예 중단하겠다고 하면 어떤 나라에서 한국 기업의 기술을 갖다 쓰겠느냐”며 “국내외 시장을 모두 잃으면 문을 닫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조업체만 어려움을 겪는 것은 아니다. 소프트웨어 기업은 애써 키운 고급 인력까지 잃지 않을까 걱정이다. 원전 관련 소프트웨어업체 포멀웍스의 김태효 대표는 “소프트웨어 인력을 양성하는 데 많은 시간을 들였다”며 “하루아침에 쓸모 없는 인력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 대표는 “3개월 뒤 공사가 재개된다는 보장도 없어 하루하루 피가 마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안전과 환경을 위해 탈(脫)원전을 하더라도 시간을 갖고 점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중소기업인들은 목소리를 높였다. 한영수 한국화이바 상무는 “성급한 정책 추진이 가장 큰 문제”라며 “상생할 방안을 마련해달라”고 호소했다.

◆핵심 기술 해외 유출 가능성도

원전 관련 핵심 기술 유출 우려도 나온다. 원전 관련 계측제어 기술을 보유한 우리기술의 서상민 전무는 “한국이 원전을 중단한다고 하니 중국과 러시아, 일본 원전업계는 잔칫집 분위기”라며 “22년에 걸쳐 쌓은 세계 최고의 기술을 갖고 있지만 중국 업체에서 의뢰가 온다면 팔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서 전무는 “다음 정권에서 다시 원전을 재개한다고 해도 이미 한국의 기술 경쟁력은 상실된 상태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원자로의 핵심 설비를 공급하는 영진테크윈 강성현 대표도 “한국형 원자로(APR1400)의 핵심 기술이 있지만 이번 조치로 당장 필요가 없어졌다”며 “그냥 버리는 것보다 중국에 파는 것이 낫지 않겠느냐”고 했다.

정부의 일관성 없는 정책에 대한 비판도 많았다. 공준식 첨단기공 대표는 “산업통상자원부는 2015년 수립한 7차 전력수급계획(2015~2029년)에서도 원전 비중을 늘리겠다고 했었다”며 “정권이 바뀌었다고 갑자기 180도 입장을 바꿨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 정책의 일관성을 믿고 투자했는데 손실이 막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주=김일규/안대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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