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초등생 살인사건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피해아동 어머니 김모 씨는 "평소 딸에게 아이를 데리고 있는 어머니들에게 휴대폰을 빌리라고 교육시켰다. 그땐 그게 옳은 일인줄 알았는데 이럴줄은…"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12일 오후 인천지법 형사15부(부장판사 허준서) 심리로 열린 인천 초등생 살인사건 주범 김양 재판에서 김 씨는 "피해아동과의 마지막 대화는 무엇이냐"는 검사의 질문에 "평소엔 늦게 일어나던 아이가 그날따라 평소보다 빨리 일어나서 혼자 옷까지 입고 나왔다"면서 "학교 잘 다녀오겠다"면서 뽀뽀를 해줬다고 회상했다.
김 씨는 "연락도 없이 늦는다고 생각해서 오면 야단쳐야겠다 생각하면서 찾으러 나갔는데 학교에도 도서관에도 공원에도 아무데도 없었다"고 말했다.
아이 시신 발견 당시 상황을 말해달라는 요청에 "아이가 돌아올거라는 생각만 했다. CCTV를 보니 올라가는 장면이 있길래 내려오는 장면도 있으리라 기대하며 지켜보고 있었는데 형사들이 어느순간 조용해져서 뭔가 잘못된 걸 알았다"고 밝혔다.
사건 이후 근황에 대해서는 "대가족이 모여살던 아파트라 그 곳에서 이사 나올 거란 생각 못 해봤는데 집에서 잠도 잘 수 없고 숨도 쉴 수 없어 할 수 없이 이사했다"면서 "남은 아이들이 이 상황에서 새로운 학교에 가서 적응하는 것은 무리라 생각돼서 전학가지 않는 곳으로 왔다. 아이들 생각해서라도 살아야 되기 때문에 더이상 울고 있으면 안된다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어 "같은 단지에 살고있던 조부모님들은 약을 먹지않으면 못 주무신다"면서 "저도 정신과 약을 먹어보라는 권유를 받았지만 약을 막상 손에 받으면 어떤 생각을 하게될지 무서워 먹지 못했다"고 증언을 이어갔다.
그러면서 "가끔 죽은 딸이 혼자라 엄마를 기다리는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해 내가 약을 받으면 어떤 생각을 할지 겁이난다"고 덧붙였다.
이때 피고인석에 있던 김양은 차마 피해아동 어머니의 말을 들을 수 없었는지 고개를 숙이고 소리내며 울기도 했다.
피고인을 대면하는 고통을 감수하고 증인으로 출석한 이유에 대해서는 "우리 아이는 그렇게 죽어서는 안되는 아이였다. 그건 세상 누구도 마찬가지다. 그날 공원에 있던 누구라도 당할 수 있는 일이었다. 김양은 언젠가 형기를 마치고 사회에 나올 것이다. 우리 아이가 얼마나 보물같은 아이였는지, 자기가 무슨 짓을 저지른건지 알았으면 해서 나왔다. 혹시 김양 같은 범행을 생각하고 있는 이들이 있다면 그들이 김양의 처벌을 보며 마음을 바꿀 수 있도록 엄하게 처벌해달라"고 간청했다.
김양은 지난 3월 29일 낮 12시 47분께 인천시 연수구 아파트 부근 한 공원에서 "엄마에게 전화할 수 있게 휴대전화를 빌려달라"는 8세 초등학생에게 "휴대폰이 밧데리가 없으니 집전화를 빌려주겠다"며 자신의 집으로 데려가 살해한 뒤 잔인하게 사체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김양은 자신의 어머니의 옷을 입고 변장을 한 상태라 평소 피해아동의 어머니가 안전하게 휴대전화를 빌릴 대상으로 지정했었던 '아줌마'처럼 보이는 상태였다.
인천=이미나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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