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스마트 직업훈련' (2) 기술 교육이 미래다
[ 심은지 기자 ]
싱가포르 난양폴리텍대 강의실은 곳곳에 로봇과 자동화 시설이 즐비했다. 마치 공장에 온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였다. 학생들도 단순히 강의를 듣는 게 아니었다. ‘코로봇(Co-robot)’으로 불리는 협업 로봇의 작동 원리를 익히고 있었다. 지난 5월 이곳에서 만난 로우치앗섬 자동화·로봇개혁센터(ARiC) 강사는 “공장 자동화로 인해 단순 업무는 대부분 로봇으로 대체되는 추세지만 섬세한 작업은 여전히 사람의 몫”이라며 “학생들이 실제 작업 현장에서 로봇과 협업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장 중심 직업 훈련
싱가포르는 4차 산업혁명에 따른 급속한 기술 변화를 따라잡기 위해 평생 직업 훈련에 주목하고 있다. 싱가포르 고등학생 중 20%만 일반 대학에 진학하고 나머지 80%는 폴리텍대와 기술교육원(ITE)에 간다. 폴리텍대는 이론 중심의 4년제 대학과 실업계인 ITE의 중간 단계다. 전자공학, 기계공학 등의 학위 과정을 운영하지만 철저히 산학협력 측면에서 직업교육이 이뤄진다.
난양폴리텍대는 싱가포르 내 5개 폴리텍대 가운데 기업과 네트워크가 가장 뛰어난 곳 중 하나다. 전체 학생 1만6000명(학위 과정 기준) 가운데 3분의 1가량이 공대 소속이다. 독일, 일본, 프랑스 등의 기업과 산학협력을 맺고 있다. 리운케이 난양폴리텍대 공대 학장은 “모든 교수와 강사가 산업계 출신”이라며 “강사들은 현장 감각을 잃지 않도록 2~3년마다 업계로 돌아가 산업 표준을 익힌다”고 말했다.
직업이나 직무 전환을 돕는 ‘바이트 사이즈’ 프로그램(단기 교육)도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우시웅웨이 난양폴리텍대 평생교육아카데미 원장은 “직장에 다니는 사람들도 학위 코스와 무관하게 새로운 기술을 배울 수 있는 훈련 프로그램을 70~80개 정도 운영하고 있다”며 “이미 학위 코스를 듣는 학생 수와 비슷한 규모의 사람들이 재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4차 산업 경쟁력의 비결은
싱가포르 정부도 2015년부터 국가 아젠다로 ‘스킬스퓨처(SkillsFuture)’를 내걸었다. ‘기술이 미래다’는 의미다. 정부가 학생부터 사회초년생, 수십 년의 경력을 가진 기술자까지 개인의 상황에 맞는 평생 직업훈련을 제공하겠다는 구상이다. 노동부 등 정부 부처뿐 아니라 기업 대표, 노동조합, 전문가 중심으로 실무협의체 ‘스킬스퓨처 싱가포르(SSG)’를 구성하고 체계적인 직업훈련 시스템을 선보였다.
세부 프로그램 중 하나인 ‘스킬스퓨처 크레딧’은 25세 이상인 모든 싱가포르 국민에게 500싱가포르달러(약 42만원)를 지원한다. 개인이 직업훈련 계좌를 개설하면 한 차례 ‘크레딧’ 형태로 돈을 넣어주는 방식이다. 정부가 모든 국민에게 직업훈련을 시작하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이 돈은 정부가 승인한 직업훈련 기관에서 온·오프라인 훈련을 받는 데 쓸 수 있다. 정부는 이를 통해 개인이 어떤 교육을 받는지 확인할 수 있다.
‘스킬스퓨처 ELP’란 프로그램도 있다. 폴리텍대, 기술교육원 졸업생들이 학교에서 배운 기술을 직장에서 써먹으면서 정부 자격증을 받는 제도다. 학교에서 배운 기술을 산업현장에서 얻은 지식과 융합해 더욱 발전시키도록 정부가 인증해 주는 것이다.
중소기업 근로자가 핵심 기술을 계속 개발하면 ‘스킬스퓨처 스터디어워드’라는 상을 주기도 한다. 수상자에겐 상금 5000싱가포르달러를 준다.
이런 노력 덕분에 싱가포르는 4차 산업 분야의 선두주자로 꼽힌다. 국제무역연구원 조사 결과 싱가포르는 주요 선진국을 제치고 4차 산업혁명 대응 능력에서 1위를 차지했다. 스위스 금융회사 UBS가 발표한 4차 산업혁명 준비도, 세계경제포럼(WEF)의 네트워크 준비지수 등에서도 모두 최상위권에 올랐다.
싱가포르=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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