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런던 직업훈련기관 WKC 르포
과학·수학·예술 등 융합교육
수료 후 글로벌 기업 입사
지난 5월 영국 런던에 있는 직업교육 기관 웨스트민스터 킹스웨이칼리지(WKC)의 킹스크로스 센터 강의실. ‘창의성과 미디어, 게임&애니메이션’ 강의를 듣는 알레시오 아캄포라(17)가 직접 만든 비디오 슈팅 게임 ‘탱크 봄(tank bomb)’을 강사와 학생들 앞에서 선보였다. 아직 완성되지 않은 짧은 게임이지만 애니메이션 제작부터 게임 알고리즘까지 그가 직접 프로그래밍했다.
강사들은 “게임을 이끌어가는 큰 줄거리가 있었으면 좋겠다”며 리서치 과제를 내줬고 수업에 참여한 학생들도 다양한 반응을 쏟아냈다. 아캄포라는 “선생님과 동료들의 지적 내용을 바탕으로 작품을 수정해나갈 계획”이라며 “학교를 졸업한 뒤 미국 게임사 블리자드의 견습생 프로그램에 합격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영국 직업 교육이 ‘창의성’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창의성은 인공지능(AI)과 로봇이 등장해도 대체할 수 없는 인간의 영역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특히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기술과 예술의 통합이 화두로 떠올랐다. 과학(science) 기술(technology) 공학(engineering) 수학(mathematics)을 융합적으로 학습하는 ‘스템(STEM)’ 교육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예술(arts)을 포함한 ‘스팀(STEAM)’ 교육이 주목받고 있다.
WKC는 일과 학습을 병행하는 견습생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약 1만5000여명의 재학생과 700여명의 교직원이 일한다. 14~18세 학생들 뿐 만 아니라 새로운 직업을 찾으려는 성인도 등록할 수 있다. 산업현장에서 원하는 인재를 맞춤형으로 키워내는 것이 이들의 목표다. 이곳 학생들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기관에서 견습생 과정을 거쳐 직업을 구할 기회를 갖는다.
‘창의성과 미디어, 영화&텔레비전’ 수업에서 만난 지아니 레알페 팔라시아스(18)와 릴리아나 노브레가(18)는 단편 영화 제작의 기획 단계부터 촬영, 편집, 후반 작업까지 실습하고 있었다. 찰리 채플린의 ‘모던 타임즈’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짧은 시대극 ‘고독(saudade)’은 고등학생의 작품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높은 완성도를 보여줬다. 노브레가는 “프로젝트를 마친 후 방송국 BBC, 특수효과(VFX) 전문 회사 프레임스토어 등에서 견습생 교육을 받을 예정”이라고 했다. 프레임스토어는 SF영화 ‘그래비티’의 후반 작업을 맡은 특수효과회사다.
창업을 통해 새로운 직업을 창조하려는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다. 웬디 브레켈 WKC 창업지원센터장은 “평생직장이 사라진 상황에서 젊은이들은 스스로가 ‘보스’가 되고 싶어 한다”며 “브랜드를 기획하는 단계에서부터 팝업스토어로 시작해 온라인으로 판매처를 이어가는 실전 단계까지 창업 전반에 걸쳐 단계별 컨설팅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영국이 직업 교육 분야에서도 창의성을 강조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영국 전역에 9개의 직업교육 기관을 운영하고 있는 캐피탈 시티 칼리지 그룹(CCCG)의 앤디 윌슨 대표는 “2014년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영국 노동력의 24%는 창의성 분야에서 일하고 있으며, 이중 87%는 대체될 위험이 없는 직업”이라며 “창의성과 로봇의 대결에서 창의성이 승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런던=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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