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분간 한·중 정상회담
문재인 "북한 비핵화·한반도 평화정착에 한·중 협력관계 더욱 중요"
시 주석 "양국 관계 회복 위해선 한국이 장애물 제거해야"
북한 추가 도발 못하게 압박엔 합의
[ 베를린=손성태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은 6일 독일 베를린 인터콘티넨탈호텔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취임 후 첫 정상회담을 하고 한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따른 중국의 경제 보복을 철회해줄 것을 요청했다.
문 대통령과 시 주석은 이날 75분간 진행된 회담에서 북한 미사일 도발, 북핵 문제 해결 방안 등에 대해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고 청와대가 밝혔다.
◆“한반도 평화정책 노력 협력”
문 대통령은 이날 회담에 앞서 모두발언에서 “한국과 중국은 경제 문제뿐 아니라 북한 비핵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대단히 중요한 협력관계에 있다”며 “올해 25주년을 맞은 한·중 수교 등을 계기로 양국이 실질적이고 전략적인 협력동반자 관계로 발전시켜나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문 대통령이 두 차례 특사를 파견함으로써 한·중 관계를 개선·발전시키려는 제 의지에 화답했다”며 “이번 회담을 기회로 삼아 양국 주요 관심사에 솔직하게 소통하고 이것을 통해 이해를 증진시키고 양국 관계 개선·발전과 지역 평화 발전을 수호하기 위해 함께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시 주석은 또 “남북대화 복원과 남북 간 긴장 완화를 통해 한반도 평화를 정착시키고자 하는 문 대통령의 주도적 노력을 지지하고 적극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문 대통령과 시 주석은 북한이 도발을 중단하고 대화 테이블에 나오도록 하기 위해 더욱 강한 제재와 압박을 하기로 한다는 데 합의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태도가 변화하도록 중국이 유엔 의장국으로서 지도적인 역할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시 주석은 “중국은 대북 안보리 결의를 완전히 이행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며 “북한 핵·미사일 개발을 저지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말했다.
◆사드 문제 직접 거론되지 않아
이날 첫 대면한 양국 정상은 긴밀한 유대 및 신뢰관계 회복을 통한 양국 간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증대시키는 쪽으로 대화를 이끌었다. 한·중 간 갈등을 유발한 사드 문제는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첫 정상 간 만남에서 굳이 갈등을 노출할 필요는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시 주석은 한·중 관계 개선을 위해 “한국이 장애물을 제거해야 한다”고 언급해 사드 문제를 우회적으로 꺼내들었다. 이에 문 대통령은 “각종 제약으로 양국 간 경제·문화·인적 교류가 위축되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이런 상황이 지속될 때 양 국민 관계 발전에 미칠 영향을 감안해 각 분야에서 교류 협력이 더욱 활성화될 수 있도록 시 주석의 관심과 지원을 해달라”고 요구했다. 사드 보복 조치를 철회해 달라는 요청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에 대해 시 주석은 ‘중국의 정당한 우려’란 표현을 쓰면서 사드 배치에 대한 불편한 심경을 나타냈다. 시 주석은 이날 “양국은 대국적인 측면에서 큰 안목으로 멀리 내다보고 서로 핵심 이익과 중대 우려를 존중해야 한다”며 “한국 측은 중·한 관계 개선과 발전의 장애물을 없애도록 중국의 정당한 우려를 중시하고 유관 문제를 적절히 처리하길 바란다”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회담에서 우리 측에선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비롯해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남관표 안보실 2차장, 김수현 사회수석, 김현철 경제보좌관, 이태호 통상비서관, 신재현 외교정책비서관, 박수현 대변인 등이 배석했다. 중국 측에서는 왕후닝 당 중앙정책연구실 주임, 리잔수 중앙서기처 서기 겸 중앙판공처 주임, 양제츠 외교담당 국무위원, 왕이 외교부장 등이 참석했다.
베를린=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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