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한·미 정상이 한반도 위기 타개를 위해 남북관계 개선이 중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는 점을 대화와 평화프로세스 재가동의 근거로 들었다. 필요하면 김정은과 만날 의사도 내비쳤다. 그러면서 이산가족 상봉과 평창동계올림픽 참가까지 북한에 제의했다. 어떤 상황이든 대화가 필요하다는 게 문 대통령의 확고한 소신으로 읽힌다.
물론 대통령의 말에도 일리가 없지 않다. 전쟁 중에도 적과의 대화는 필요하다. 하지만 이 시점에서 ‘대화와 교류’를 내세운 것이 과연 적절한지는 짚어볼 필요가 있다. 설마 했던 북한의 핵탄두를 장착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위협은 이제 ‘발등의 불’로 다가왔다. 북한 김정은은 ‘핵·ICBM 보유 마이웨이’로 치닫고 있다. 문 대통령이 내건 핵동결 전제의 ‘대화 입구론’에는 아예 관심조차 없다는 반응이다.
미국에선 연일 초강경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군사적 옵션, 중국과의 교역 단절 불사 등까지 천명한 마당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어제 문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북한이 추가 도발을 못하도록 제재와 압박을 공조해 나가기로 했지만, 지금으로선 말뿐이다. 이런 판국에 G20 정상회의에서 대북 공조를 이끌어내야 할 한국 대통령이 대화·교류에 매달리는 듯한 인상을 주는 것은 자칫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 공조를 느슨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 제재와 대화 사이의 모호한 메시지는 미국과 일본, 북한, 중국, 러시아 사이에 끼여 다시 ‘코리아 패싱’을 부를지도 모른다. 기고만장한 김정은이 또 다른 도발을 감행할 수도 있다.
문 대통령은 출국하면서 현 상황을 ‘누란의 위기’라고 표현했다. 그렇다면 지금은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와 더불어 제재와 압박을 주도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