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간 3000억 규모 공급
연 매출 50억대 소형 기획사가 중국 최대 유통그룹 화롄과 손잡아
작곡가 김형석, 작년 회장 취임…가수 이효리 브랜드 효과 가세
[ 강영연 기자 ] 4년 만에 가요계에 복귀한 가수 이효리(사진)의 소속사인 키위미디어그룹 주가가 급등했다. 8개월 넘게 횡보하던 주가가 4거래일 만에 35.82% 뛰었다. ‘이효리 효과’를 발판 삼아 중국 기업과 계약을 맺고 유통사업을 확대한다는 소식이 주가를 밀어올렸다는 분석이다.
키위미디어그룹은 4일 유가증권시장에서 가격제한 폭(30%)까지 오른 1365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1000~1100원대를 횡보하던 주가가 하루 만에 1300원대로 올라섰다. 이 회사 주가가 1300원 선을 회복한 것은 지난해 10월 이후 처음이다.
중국 최대 유통회사인 화롄그룹 계열사 화롄신광브랜드운영관리유한공사와 3년간 3000억원 규모의 콘텐츠 및 제품(화장품·건강기능보조식품· 의류 등) 유통 계약을 맺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주가가 급등했다. 지난해 키위미디어그룹 매출(약 58억원)의 50배가 넘는 ‘초대형 계약’이기 때문이다.
키위미디어그룹은 미국 광산의 석탄을 구매해 판매하는 사업과 함께 청바지 브랜드인 씨위(SIWY)의 유통, 영화투자 및 배급, 음악 콘서트 등 콘텐츠사업을 하고 있다. 이 회사는 작곡가 김형석 씨가 회장을 맡은 지난해부터 엔터테인먼트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소속 가수로는 걸그룹 ‘핑클’ 출신 이효리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관련 사업의 실적은 저조하다. 여전히 전체 매출의 90% 이상이 석탄 판매에서 나온다. 수익성도 좋지 않아 3년 연속 영업적자를 냈다.
유통 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내는 기업이 아니다. 유통업계에서 이번 대규모 계약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키위미디어그룹이 계약을 맺은 화롄신광브랜드운영관리유한공사는 중국 내 90여 개 백화점과 3000여 개 대형마트를 독점으로 운영·관리하고 있는 기업이다. 화롄그룹은 중국 상무부가 출자한 국영기업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중국 정부가 운영하는 기업이 소형 기획사와 계약을 맺은 건 이례적”이라며 “대형 엔터테인먼트그룹이나 유통기업을 제치고 키위가 선택된 것은 ‘이효리’라는 브랜드가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키위미디어그룹은 기존에 유통하고 있는 청바지 브랜드 씨위를 비롯해 국내 화장품, 건강기능보조식품, 생활용품, 수산물 등을 구매해 화롄신광브랜드운영관리유한공사에 공급할 계획이다. 한국 영화와 가요 등 문화 콘텐츠를 수출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키위미디어그룹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으로 사업 방향과 계획이 정해진 것은 없다”며 “연간 1000억원으로 계약 규모가 큰 만큼 전담팀 등을 꾸릴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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