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어제 동해상으로 장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 정상회담이 끝난 지 불과 사흘 만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화의 문’도 열어놓겠다고 한 데 대해 도발로 응답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운전석’에 앉아 대북정책을 주도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구상이 시동도 걸기 전에 어그러지게 됐다.
이번 도발에서 북한의 미사일 성능이 이전보다 한층 진전됐다는 사실이 입증됐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북한은 미사일이 최고 2802㎞까지 상승해 933㎞를 비행했으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에 성공했다고 주장했다. 우리 군 당국의 분석 결과가 나와봐야 정확히 판명되겠지만, 정상각도로 발사했다면 8000㎞ 이상 날아갈 수 있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미국 본토까지 닿을 수 있는 거리다.
북한의 주장대로 ICBM으로 판명 난다면 동북아 안보지형에 중대한 변수가 될 수밖에 없다. 본토까지 위협받는 상황이라면 미국의 대응강도는 확연히 달라질 것이다. 문 대통령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차원의 조치와 국제사회의 단호한 대응이 이뤄지도록 해달라”고 지시했다. 이 때문에 ‘추가 도발 중지→핵동결→대화 시작→핵폐기’라는 문 대통령의 대북 정책 구상은 기초 전제부터 흔들리게 됐다.
문제는 북한에 실질적인 타격을 줄 만한 대책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중국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규탄하면서도 원유 공급 중단 등 북한이 진짜 뼈아파 할 제재엔 선을 긋고 있다. 러시아를 방문한 시진핑 중국 주석은 사드 배치에 반대한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북한이 국제사회의 온갖 제재에도 불구하고 도발에 나서는 것은 이런 중국을 ‘뒷배’로 삼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북한의 의도는 분명해졌다. 대화든, 제재든 아랑곳없이 핵과 ICBM을 갖겠다는 ‘마이웨이’ 전략이다. 그럼에도 청와대 관계자는 “압박과 제재 강도를 더 높여야 한다”면서도 “대화 기조는 불변”이라고 말했다. ‘제재와 대화’ 투트랙 전략을 지속하겠다는 뜻이다. 물론 언젠가는 대화가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당장 눈앞에 ‘미사일 주먹’을 들이대는 상대에게 대화 운운하는 것이 적절한 건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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