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군 복무를 마친 연세대생 김민재 씨(가명·22)는 곧바로 여름 계절학기 수업을 신청해 듣고 있다. 교환학생을 다녀와 곧바로 취업 준비를 할 김 씨는 계절학기로 졸업에 필요한 학점을 빨리 채울 생각이다. 그는 "휴학 없이 '칼 졸업'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스펙을 보지 않는 '블라인드 채용'이 뜨면서 방학을 맞은 캠퍼스가 대학생들로 북적이고 있다. 계절학기를 통해 필요 학점을 이수한 뒤 졸업 직전 학기에는 수업 부담 없이 취업 준비에 집중하기 위해서다. 각종 스펙을 갖추기 위해 대학 졸업을 유예하던 흐름과는 달라진 트렌드다.
김 씨는 "블라인드 채용이라도 나이, 성별 같은 기본 정보는 볼 것 같다. 빨리 졸업하고 한 살이라도 어릴 때 지원하는 게 유리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같은 대학에 재학 중인 윤소희 씨(23)도 계절학기를 수강 중이다. 내년 취업 전선에 뛰어들기 전에 필수 과목을 들어놓으려는 생각에서다. 이중전공을 하고 있어 의무 이수학점도 많은 편이다. 윤 씨는 "졸업 학점부터 채워놓아야 안심이 된다. 취업 준비에 집중하려면 계절학기 때 수업을 많이 들어야 한다"고 전했다.
기업 채용이 학력, 자격증 등의 스펙 기재를 지양하고 최소한의 정보만 요구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러한 '계절학기족'들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연세대와 고려대는 올 여름 계절학기 수강 인원이 각각 3902명, 3457명으로 지난해보다 100여 명씩 늘었다. 이화여대도 계절학기 지원 학생이 3612명으로 전년 대비 10%가량 증가했다.
학교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계절학기는 대개 주 4~5일 출석하는 한 달 내외 코스로 진행된다. 추가 등록금 납부에도 짧은 시간에 학점을 이수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김 씨는 "정규 학기에 계절학기 등록금까지 생각하면 경제적으로는 부담스럽다"면서도 "정규 학기보다 수강 인원이 적어 학점 경쟁에서도 유리한 편"이라고 귀띔했다.
보통 계절학기 수강인원은 정규 학기보다 적다. 수강인원이 일정 기준 밑이면 성적평가 방식이 상대평가에서 절대평가나 교수 재량 등으로 바뀐다. 절대평가는 상대적으로 학점이 후한 편으로, 졸업 이수학점도 채우고 전체 평점을 높일 수 있어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셈이다.
일종의 '풍선효과'인 셈인데 취업난에 대비하는 학생들의 계절학기 수요는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화여대 관계자는 "이중전공, 인턴십 프로그램 참가, 기업 블라인드 채용 확산 등으로 계절학기 수강생들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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