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제성장론 둔화 우려
중국 자동차 판매량 증가율 감소
(허란 국제부 기자) 글로벌 제조업 경기의 ‘바로미터’로 꼽히는 구리값이 수개월내 10% 이상 하락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중국 경제성장세가 둔화될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구리 가격은 경기 전망의 선행 지표 중 하나로 사용된다. 주로 전선 재료로 사용되는 구리의 가격 상승은 인프라 건설 투자 증가로 해석된다. ‘닥터 코퍼(Dr.Copper)’로 불리는 이유다.
3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캐피탈이코노믹스의 캐럴라인 베인 상품담당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연말까지 구리가격(3개월 선물가격 기준)이 t당 5200달러(약 596만원)로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3개월 선물 구리가격은 지난달 30일 t당 5937달러(약 681만원)를 기록했다.
구리가격은 2011년 2월 역대 최고치인 t당 1만달러(약 1147만원)를 넘어선 이후 글로벌 경기가 둔화되면서 하락했다. 지난해 하반기 들어 반등세로 돌아선 이후 올 들어 7% 이상 급등했다. 이는 글로벌 경기가 반등할 것이란 낙관론에 힘을 실어줬다.
하지만 베인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최근 구리의 매수세가 과도하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인프라 투자 확대 의지와 중국의 인프라 투자 확대에 대한 낙관론이 구리가격을 끌어올렸지만, 그런 기대감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세계 구리 소비의 45%를 차지하는 중국의 수요가 주춤해지면서 구리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투자은행 제프리스의 세스 로젠펠드 애널리스트는 “중국이 주도한 산업용 금속 수요의 성장세가 올 하반기 들어 한풀 꺾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오는 10월 중국의 19차 당대회가 열리는 만큼 급격히 둔화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모건스탠리의 톰 프라이스 상품담당 애널리스트는 “중국의 구리 수요 성장세는 과거 5~10%에 달했지만 이젠 3%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금속 수요를 가늠할 수 있는 자동차 판매량 증가율도 감소세다. JP모건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자동차 판매 증가율은 지난해 13.7%에서 올해 3%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JP모간은 중기 관점에서 중국의 수요 감소가 구리가격을 t당 5000달러(약 573만원) 밑으로 끌어내릴 것으로 내다봤다.
올 1분기 구리 가격 상승을 이끈 공급 문제도 해소됐다. 세계 양대 구리생산업체 소속 칠레 에스콘디다 광산(BHP빌리턴 소유)과 인도네시아 그래스버그 광산(프리포트 맥모란 소유)은 올초 노조 파업으로 생산 차질을 겪었으나 현재는 문제가 해결됐다. (끝) / wh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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