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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FTA 재협상' 압박…자동차·철강 1차 타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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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TR, 한국에 협상 개시 요청…문재인 대통령은 "합의 외의 얘기"

'한·미 FTA 재협상' 합의문엔 없지만…미국이 요구하면 응해야



[ 박수진 기자 ] 한국과 미국이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을 놓고 의견 차를 보이고 있지만 재협상은 불가피한 수순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미 FTA 협정문 상 한쪽이 재협상을 요구하면 상대방은 이에 응해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은 자동차와 철강을 ‘불공정 무역’ 분야로 지목하고 시정을 요구해 정부와 관련 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문재인 대통령(사진)과의 정상회담이 끝난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지금 한·미 FTA 재협상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확대 정상회담에서 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은 “(한·미 무역 불균형의) 가장 큰 단일 요인은 자동차 무역”이라며 “미국산 자동차를 수출하는 데 많은 비관세 무역장벽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철강 수출과 관련해서도 “한국이 유정용 파이프와 철강 제품을 전량 미국에 수출하고 있다”며 덤핑 문제를 제기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일 귀국에 앞서 워싱턴DC에서 한 한국 특파원과의 간담회에서 한·미 FTA 재협상 가능성에 대해 “그것은 합의 외의 얘기”라고 일축했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도 “한·미 FTA 재협상에 대해 양측 간 합의한 바가 없다”고 부인했다.

한 통상 전문가는 2일 “한·미 양측이 서로 다른 주장을 내놓고 있지만 중요한 것은 미국의 재협상 의지가 강하다는 것”이라며 “재협상을 염두에 두고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자동차 철강업계는 미국 측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하면서도 재협상이 미칠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1일(현지시간) 공개된 한·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에도 양국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에 대한 언급 없이 ‘비관세 장벽 축소 등에 노력한다’는 내용만 들어가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서 미국 측이 무역 불균형과 철강 자동차 교역 등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지만 시정할 소지가 있다면 실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한·미 FTA의 성과나 교역에 미치는 영향 등을 조사해보자고 역(逆)제안한 것으로 얘기가 끝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그런 합의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었던지 재협상을 별도로 얘기한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사라 샌더스 미 백악관 부대변인은 한·미 정상회담 직후 백악관에서 열린 정례 브리핑에서 한·미 FTA 재협상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그의 팀에 재협상 준비를 지시했다”며 “이에 따라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한국 측에) 협정 개정 과정을 시작할 특별합동위원회 소집을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미국 측 의도를 두 가지로 보고 있다. 첫째는 재협상 요구가 미국 내 유권자에게 보내는 메시지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캠페인 때도 일자리 창출을 강조하면서 한·미 FTA에 대해 “일자리를 뺏는 재앙”이라고 비난했다. 미국은 내년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다.

둘째는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와 북핵문제 등에서 ‘엇박자’를 내온 한국에 대한 경고성 카드라는 해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한·미 FTA에 대해 한마디도 안 하다가 사드 배치 논란이 일자 지난 4월 말 “한·미 FTA는 재협상 또는 종결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재협상을 추진하더라도 현실적으로 내년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가장 시급한 현안인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 때문이다. NAFTA 재협상은 개시 전 의회 통보 기간(90일) 등 절차 때문에 일러야 오는 8월16일 시작할 수 있다. 미 행정부가 의회로부터 부여받은 무역촉진권한(TPA)이 내년 6월 종료되고, 그해 7월 멕시코 대선이 있어 어떻게든 올해 승부를 내야 한다. 정부 관계자는 “이런 형국에 미국이 한·미 FTA 재협상까지 테이블 위에 올려놓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워싱턴=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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