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 '네거티브 리스트' 28일 전국으로 확대
진입 장벽 낮추는 중국
임금 상승 등 투자매력 줄며 외자 유입 둔화…규제완화 나서
11개 자유무역구서만 적용하던 '네거티브 리스트' 중국 전역 시행
테마파크·골프장·신용평가 등 30개 업종 규제 대상서 제외
외국인 자유로운 투자 가능해져
[ 베이징=김동윤 기자 ]
중국이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처음으로 ‘네거티브 리스트’ 제도를 도입한다. 오는 7월28일부터 중국 전역에서 시행하기로 했다. 중국 정부가 명시적으로 규제(금지·제한)하지 않는 업종에는 외국인 투자를 자유롭게 허용하겠다는 뜻이다.
중국은 테마파크와 골프장 건설, 신용등급 평가 서비스 등 30개 업종을 외국인 투자 규제 업종에서 제외했다. 최근 중국으로 유입되는 외국인 직접투자(FDI)가 감소세로 돌아서자 외자 유치에 발 벗고 나섰다는 분석이다.
자유무역구서 전국으로 확대
30일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에 따르면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와 상무부는 지난 29일 공동으로 ‘2017년 외국인 투자산업 지도목록’을 발표했다. 이 목록은 1995년 이후 중국 정부가 부정기적으로 발표하는 것으로 △FDI 장려 업종 △FDI 제한 업종 △FDI 금지 업종을 새롭게 제시한다.
2015년 이후 2년 만에 발표된 올해 지도목록은 ‘네거티브 리스트’라는 단어를 처음으로 사용해 눈길을 끌었다. 외국인 투자 제한 업종과 외국인 투자 금지 업종을 네거티브 리스트라는 명칭으로 묶어서 표현했다.
중국 정부는 그동안 외국인 직접투자 금지 또는 제한 항목으로 적시하지 않은 업종에도 각종 규제 및 승인 장치를 뒀다. 네거티브 리스트 제도가 시행되면 리스트에 명시하지 않은 업종은 사후 신고만으로 외국인 투자가 가능해진다.
네거티브 리스트 제도는 그동안 상하이 자유무역구를 비롯한 중국 내 11개 자유무역구에서만 시범적으로 시행됐다. 시범 결과를 지켜본 뒤 전국으로 확대하겠다는 게 중국 정부의 방침이었다.
차이신은 “2017년 외국인 투자 지도목록은 자유무역구에서 시행하고 있는 네거티브 리스트 제도를 중국 전역으로 확대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투자 규제 업종 30개 축소
중국 정부는 올해 지도목록을 발표하면서 93개인 외국인 투자 규제 업종을 63개로 대폭 줄였다. 외국인 투자가 원천 금지되는 투자 금지 업종 수를 36개에서 28개로 줄이고, 외국인 투자 시 지분 제한이 있는 업종 수는 38개에서 35개로 축소했다. 투자 장려 업종에 포함됐지만 각종 투자 제한이 있던 19개 업종도 이번에 모두 없앴다.
이에 따라 대형 테마파크 건설, 바이오 액체연료 생산, 열병합발전소 건설 및 운영, 도로 여객 운송, 신용등급 평가서비스, 골프장 및 별장 건설 등이 외국인의 자유로운 투자가 가능한 업종으로 분류됐다. 글로벌 자동차업계에서는 완성차 제조업에 대한 외국인 지분 제한(최대 50%)도 완화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규제 완화 업종에 포함되지 않았다.
외자 유입 감소에 비상 걸려
중국은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이후 외국인 자금을 빨아들이는 ‘블랙홀’ 역할을 했다. 미국 일본 유럽 등 주요국 글로벌 기업이 앞다퉈 중국에 현지 생산공장을 설립했다. 2008년 중국으로의 FDI 유입액이 전년 대비 23% 급증했다.
하지만 2012년 FDI 유입액이 감소한 뒤 2015년까지 증가율이 한 자릿수로 둔화됐다. 작년에는 0.16% 줄었다. 올 들어서도 지난 4월까지 누적 FDI가 전년 동기 대비 5.7% 감소했다. 매년 두 자릿수에 달하는 최저임금 인상, 정부의 가공무역 규제, 외자 기업 세제우대 축소, 경제 성장세 둔화 등으로 중국의 매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개혁·개방 초기와 달리 중국의 외자 의존도는 많이 낮아진 상태다. 고속철, 원자력발전, 통신장비, 스마트폰 등 업종에선 중국 기업이 해외에 투자하는 단계에 진입했다. 그렇더라도 외자 기업은 여전히 중국 대외무역에서 50%, 세수에서 20%, 도시 취업에서 14%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정광영 KOTRA 중국본부장은 “외자 유입 증가율이 급속히 둔화하자 중국 정부가 적잖은 위기를 느꼈을 것”이라며 “추가적인 규제완화 조치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베이징=김동윤 특파원 oasis9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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