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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마을] 선거절차로 뽑힌 오바마, 말단부터 승진한 시진핑…누가 더 지도자로 유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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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 모델

대니얼 A 벨 지음 / 김기협 옮김 / 서해문집 / 432쪽│1만9500원



[ 최종석 기자 ] 2013년 10월, 출처가 모호한 만화 동영상이 등장했다. 2주일간 1000만 건 이상 조회 수를 기록한 이 동영상은 두 나라 지도자가 선택되는 방식을 비교하는 내용이었다. 먼저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혜성같이 등장해 수억달러의 캠페인을 통해 1인 1표 원칙에 따른 선거로 당선된다. 여기에는 ‘민주주의’라는 딱지가 붙는다. 다음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방 말단 공무원에서 시(市), 성(省)급을 거쳐 정치국 상무위원회에 이르는 엄격한 심사를 거쳐 승진하는 단계가 그려진다. 여기엔 ‘현능주의(meritocracy)’라는 이름이 붙었다.

오늘날 선거민주주의는 근대 서방사회에서 보편적 선(善)으로 여겨졌다. 그런데 세계 초강대국으로 불리는 중국은 지도자를 투표로 뽑지 않는 현능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캐나다 출신 정치철학자인 대니얼 벨 중국 칭화대 교수는 《차이나 모델》에서 민주주의가 가장 좋은 정치제도가 아닐 수 있다며 현능주의 장점에 대해 논한다.

저자는 먼저 선거민주주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비이성적이고 이기적인 다수파가 민주적 절차를 통해 소수파를 억압하고 나쁜 정책을 채택하는 쪽으로 권력을 휘두를 수 있다. 경제력을 장악한 소수 집단이 힘으로 정치 과정에 개입해 공공선에 부합하는 변화를 가로막거나 자기네 이익에만 맞는 정책을 관철하기도 한다. 미래 세대나 외국인처럼 정책에 영향을 받으면서도 투표권을 갖지 못한 집단은 언제나 투표권을 가진 집단에 밀린다. 또한 선거는 갈등을 완화하기보다 격화시키는 경향이 많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물론 현능주의에도 단점이 있다. 우월한 능력을 근거로 선발된 지도자가 권력을 남용할 수 있는 부패의 문제가 있다. 정치적 위계질서가 고착돼 사회의 역동성을 떨어뜨릴 위험도 크다. 권력구조의 정당성을 납득시키는 것도 쉽지 않다.

저자는 민주주의와 현능주의의 결합을 통해 두 제도의 단점을 해소하는 방안을 제시한다. 바닥은 민주주의, 꼭대기는 현능주의, 그리고 그 사이는 폭넓고 체계적인 실험 공간으로 이뤄지는 모델을 설명한다. 지역의 관리는 투표로 선발하고 중앙의 지도자는 엄격한 선발 과정을 통하자는 것이다. 저자는 “민주주의와 현능주의 중 어떤 것도 더 우월하다고 말할 수 없다”며 “각자 도덕적 정당성을 갖고 선의의 경쟁을 벌이는 정치체제의 다양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최종석 기자 ellisic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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