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라면 선보였지만 소비자엔 '맛없다' 꼬리표
"라면 본연의 맛에 집중하자"
육칼 올 1분기 매출 2배↑
[ 이유정 기자 ] 1981년 설립된 풀무원은 매출 2조원대 기업으로 성장했다. 가장 큰 힘은 건강마케팅이었다. 자연, 유기농을 앞세운 전략의 성과였다. ‘바른 먹거리’가 슬로건이었다. 하지만 안되는 품목이 있었다. 라면이다. 풀무원이 시장에 진출한 지 20년 됐지만 재미를 보지 못했다. 하지만 지난해 라면도 약진을 시작했다. 존재감 없던 시장에서 5위 업체로 부상했다. 자연이라는 콘셉트를 버리고 소비자 요구에 따라 맛으로 방향을 전환한 덕분이다.
◆자연에서 ‘맛’으로 전환
풀무원은 두부 콩나물 등을 판매하다가 1995년 라면시장에 진출했다. “‘몸에 안 좋은 인스턴트 식품’이라는 꼬리표가 붙어 다니는 라면도 풀무원이 만들면 다르다”는 콘셉트를 내세웠다. 결과는 참담했다. 풀무원의 생라면은 몸에 좋을지는 몰라도, 유탕면(기름에 튀긴 면) 특유의 쫄깃한 식감과 맛을 내기 어려웠다.
그래도 튀기지 않고 맛있는 면을 만들겠다는 원칙은 지켰다. 2011년 바람으로 말려 칼로리가 낮고 쫄깃한 면발 개발에 성공했다. 라면브랜드 ‘자연은 맛있다’가 나왔다. 백합조개탕면, 꽃게짬뽕, 오징어먹물짜장 등을 내놨다.
자연 재료(원물)를 사용하고 첨가물은 최소화했다. 건강을 생각하는 소비자들의 반응은 좋았다. 그러나 여전히 뭔가가 부족했다. 라면 마니아를 사로잡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전환점은 작년이다. 사내에서 “자연 원물을 버리고 맛에 집중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15년간 풀무원의 주요 브랜드를 키워온 김민순 건면사업부 팀장은 “바른먹거리 원칙도 중요하지만 라면은 라면답게 맛으로 승부해야 한다”며 임직원을 설득했다. 경영진은 이를 받아들였다. 지난해 2월 풀무원은 육칼(육개장칼국수)을 내놨다. 튀기지 않으면서도 라면다운 맛을 냈다. 육칼의 인기로 풀무원 라면부문 매출은 지난해 400억원을 기록했다. 2015년보다 42.8%나 성장했다. 올 1분기에도 육칼을 포함해 직화짜장 곰탕칼국수 야끼소바 등을 130억원어치나 팔았다. 국내 전체 봉지라면 판매가 14.5% 줄어든 상황에서 이룬 성과다. 풀무원은 올해 라면 매출 50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가장 큰 소비층을 겨냥해 소통
풀무원은 육칼을 내놓으면서 자연은 포기했지만 튀기지 않는다는 원칙은 지켜냈다. 튀기지 않고 튀긴 것보다 쫄깃하고 맛이 스며든 라면을 개발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튀기지 않은 비유탕 라면은 포화지방과 칼로리는 낮지만 기름에 튀긴 면발 특유의 진한 맛을 내지 못했다. 풀무원은 이런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단시간 고온건조 공법을 적용했다. 유탕면에서는 느낄 수 없는 쫄깃함이 구현됐다. 면발에 수많은 구멍을 내 면발에 국물이 잘 배지 않는 문제도 해결했다.
마케팅도 모두 바꿨다. 과거에는 “자연 원물로 맛을 내 칼로리도 낮고 건강한 라면”이라고 광고했다. 주요 대상은 아이를 키우는 주부나 다이어트를 하는 젊은 여성이었다. 하지만 라면시장을 주도하는 ‘헤비유저’라 불리는 20~30대 남성들은 별다른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육칼이 나온 뒤 풀무원은 ‘진한 국물과 기존 라면과는 다른 쫄깃한 면발’을 앞세워 헤비유저들에게 다가갔다. 김 팀장은 “정통 라면시장에서 정면 승부를 한 셈”이라며 “여기에 ‘칼로리도 낮고 건강하다’는 정보가 전달되자 호감도가 더 커졌다”고 설명했다. 풀무원은 이런 마케팅을 브랜드에도 적용했다. 이달부터 라면 브랜드를 ‘자연은 맛있다’에서 ‘생면식감’으로 바꿨다.
국내 라면시장(지난해 기준 2조원)에서 비유탕 라면이 차지하는 비중은 3.6% 수준이다. 풀무원은 일본 사례(비유탕 라면 비중 35%)를 볼 때 성장 여력이 충분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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