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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마을] 버스 운전대 잡고 48개국을 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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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버스 세계를 가다


[ 양병훈 기자 ] 일벌레로 살아온 한 50대 남성이 자신의 동네를 오가는 마을버스를 보며 ‘너도나도 쳇바퀴 돌 듯 정해진 구간을 맴돌고 있구나’라며 동질감을 느낀다. 이 남성은 마을버스를 데리고 굴레에서 탈출하겠다고 다짐한다. 그는 폐차를 6개월 앞둔 중고 마을버스를 한 대 산 뒤 캠핑카로 개조해 이를 타고 세계 여행을 떠난다.

여행작가 임택 씨가 쓴 마을버스 세계를 가다는 저자가 ‘은수’라고 이름 붙인 종로 12번 마을버스를 타고 677일간 세계 48개국을 돌아다닌 일을 기록한 책이다. 저자는 여행을 준비하는 과정부터 여행 중에 만난 따뜻한 인연, 좌충우돌 에피소드 등을 생생하게 기록했다. 수십 장의 사진도 책에 함께 실었다.

하루는 저자가 페루의 교외지역에서 마을버스가 고장나 오도 가도 못하게 됐다. 그는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지나가는 트럭을 세워 도움을 구했다. 트럭 운전자는 버스 밑에 기어들어가 옷에 먼지와 기름때를 잔뜩 묻혀가며 버스를 고쳐주고 떠났다. 그는 저자에게 아무런 대가도 요구하지 않았다. 저자는 “여행하며 버스가 여러 번 탈이 났는데 그때마다 기적처럼 천사들이 나타나 도와줬다”고 말했다.

저자가 여행의 백미로 꼽는 순간은 칠레에서 시속 120㎞로 차를 몰아 대형차를 추월한 때다. 마을버스는 빠르게 달릴 일이 없기 때문에 제조할 때 시속 60㎞를 넘지 않도록 제한장치를 걸어둔다. 그는 여행 전 버스를 개조해 이를 풀었다. 끝이 보이지 않는 도로에서 고속으로 질주하며 ‘추월’하는 순간 저자는 한계를 ‘초월’하는 듯한 해방감을 느꼈다고 한다. (메디치, 280쪽, 1만5000원)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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