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박인규 DGB금융그룹 회장 겸 대구은행장
동남아 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
라오스 자동차 할부금융시장 성공적 진입
베트남사무소를 지점으로 승격
명실상부한 종합금융그룹 완성
비은행 계열사 강화…은행 내실 다져
적당한 증권사 매물 나오면 인수 추진
지역사회와 고객에 대한 공헌 중요
핀테크 시대에도 고객 신뢰 지키는 금융의 본질은 변하지 않을 것
[ 이현일 기자 ]
박인규 DGB금융그룹 회장 겸 대구은행장(63·사진)은 2014년 취임 후 지금까지 업무용 자동차로 지구를 두세 바퀴 돌 정도의 거리를 달렸다. 지난 3년여 동안 많을 때는 하루에 4~5건의 일정을 소화하며 수많은 지역 행사와 봉사활동을 다녔다. 취임 후 전국 330개 영업점도 모두 방문했다. 최근엔 라오스 비엔티안을 찾아 지난해 말 설립한 DGB캐피탈 라오스 법인의 현지 직원들을 격려했다. “국내외 금융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고 DGB금융의 기반이자 고객인 지역사회를 챙기려면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대구은행을 세계 100대 은행으로”
DGB금융그룹의 모태이자 핵심 계열사인 대구은행은 오는 10월 창립 50주년을 맞는다. 박 회장은 새로운 반세기 안에 대구은행을 글로벌 100대 은행으로 키울 수 있는 초석을 다진다는 목표를 세웠다.
새로운 50년을 위한 핵심 과제는 해외 진출이다. 박 회장은 “그룹의 첫 번째 해외법인인 DGB라오리싱이 라오스 자동차 할부금융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하는 성과를 냈다”며 “이를 발판 삼아 동남아시아 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구은행의 베트남사무소를 지점으로 승격시키는 등 해외 영업을 확대할 계획”이라며 “50년 중소기업 금융 노하우를 살려 해외 현지에 진출한 한국 중소기업에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역점을 둘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국내에선 비은행 계열사를 강화하고 은행의 내실을 다지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박 회장은 “지난해까지 DGB생명(옛 우리아비바생명)과 DGB자산운용(옛 LS자산운용)을 잇따라 인수했다”며 “이들 계열사에도 자주 찾아가 직원들을 만나고, 우수 직원을 선발해 단기 해외 연수를 보내주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명실상부한 종합금융그룹을 완성하기 위해 증권사 인수도 추진 중이다. 박 회장은 “증권사는 은행 창구에서 상품을 팔 수 있는 자산운용사나 보험사와 달리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곳을 인수해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며 “지금은 적당한 매물이 보이지 않지만 기회가 생기면 인수를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모바일 금융 서비스에 사활
박 회장이 그리는 미래 대구은행의 또 다른 성장동력은 모바일·디지털 금융 서비스다. 최근 대구은행은 정보기술(IT)본부 산하에 디지털 IT 연구개발(R&D)센터를 신설하고 40여 명의 직원을 배치했다. 이 센터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요소인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블록체인 등 3개팀으로 구성됐다.
박 회장은 “앞으로 개인금융은 상당 부분 모바일이나 인터넷으로 대체될 것”이라며 “2015년 ‘아이M뱅크’라는 모바일뱅킹 서비스를 선보인 데 이어 국내 은행권 최초로 모바일 주택담보대출 상품을 내놓는 등 발 빠르게 모바일·디지털 분야를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핀테크 선진국인 영국에 직접 가서 바클레이즈은행 관계자를 만나고, 담당 직원들을 해외로 내보내 선진 금융서비스를 눈으로 보고 오도록 지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올해 초 대구은행은 모바일뿐만 아니라 PC 인터넷뱅킹 홈페이지도 개인별 맞춤 화면을 보여주는 방식으로 새롭게 단장했다. 빅데이터를 마케팅에 직접 활용하기 위해 마케팅부서에 고객기획분석팀도 신설했다. 박 회장은 “대구은행은 1980년대 플라스틱 신용카드와 현금자동입출금기(ATM), 1990년대 폰뱅킹과 인터넷 뱅킹 등 새로운 기술이 나올 때마다 이를 선도적으로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고객과 함께 지속가능한 성장
박 회장이 마지막으로 강조한 것은 지역사회와 고객에 대한 공헌이다. 영업기반인 지역사회 없이는 대구은행도 존재할 수 없다는 게 그의 철학이다. 박 회장이 크고 작은 지역 행사를 일일이 챙기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박 회장은 “1990년대 말 외환위기 당시 대구은행이 위태로운 상황을 맞았을 때 지역 주민이 유상증자에 참여했기 때문에 살아날 수 있었다”며 “오랜 시간 ‘비 올 때 우산을 뺏지 않는 금융’을 실천해 신뢰를 쌓은 덕분”이라고 말했다.
대구은행은 현장의 목소리를 바탕으로 고객의 입장을 이해하고, 이를 업무에 반영한 덕분에 금융감독원으로부터 10년 연속 ‘금융소비자보호 최우수 은행’에 선정되기도 했다. 금감원 민원평가에서 10년 연속 1등급을 획득한 곳도 은행권에선 대구은행이 유일하다. 박 회장은 “금융과 IT가 융합되는 핀테크 시대에도 고객과의 신뢰를 지키는 금융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며 “본질을 묵묵히 지켜나간다면 50년 뒤에는 글로벌 100대 은행도 불가능하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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