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개봉 '박열'에서 주연 맡은 배우 이제훈
도쿄서 항일운동한 박열 실화
'바른생활맨' 이미지 벗어나 껄렁한 무정부주의자로 변신
25세 때 배우에 목숨 걸기로 연기는 대중에게 선택받는 과정
[ 유재혁 기자 ]
드라마 ‘시그널’에서 프로파일러 역으로 큰 인기를 누린 이제훈(33)이 오는 28일 개봉하는 ‘박열’로 영화판에 복귀한다. 이준익 감독이 연출한 ‘박열’은 1932년 관동대지진 당시 일본인들이 6000여 명의 조선인을 학살한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일본 정부가 방화와 폭동 등의 배후로 박열을 검거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박열은 일본의 만행을 세계에 알리기 위해 기꺼이 재판정에 선다. 이제훈은 박열로 분해 일제에 가장 말 안 듣는 조선인의 모습을 연기한다. 서울 팔판동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박열은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실존 인물입니다. 얼핏 허황된 이상주의자처럼 보이지만 절망에 빠진 조선인들에게 희망이 되려고 노력한 항일투사였어요. 재판 과정에서 그가 무엇을 얘기하려는지 과장되지 않고 정확하게 전달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극중 박열은 일본 제국의 한복판인 도쿄에서 항일운동을 하기 위해 인력거를 끌며 남루하게 생활하지만 조선인을 조롱하는 일본인에게는 칼을 휘두르며 달려드는 인물이다. 박열에게 매료된 일본 여성 가네코 후미코(최희서 분)는 첫 만남에 동거를 제안하고, 아나키스트(무정부주의자)로서 두 사람은 동지이자 연인으로 항일운동을 함께 전개한다. 관동대지진으로 민심이 흉흉해지자 일본 정부는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타고 방화를 한다는 거짓 소문을 흘리고, 그 배후로 박열을 지목한다.
“이제껏 이제훈이 ‘바른 청년’이라고 생각한 분들은 속았다는 걸 알게 될 겁니다. 하하. 여기서 껄렁한 모습을 보여주니까요. 박열은 한마디로 익살맞고 파격적이며 낭만적인 아나키스트라 할 수 있어요. 박열을 연기하면서 저 자신을 새로 발견하는 희열을 느꼈습니다. ”
박열은 심문받을 때도 일본 검사를 조롱한다. 수감 중에는 조선인은 고봉밥을 먹으니까 조선식으로 가져오라며 간수들에게 호통친다. 감옥에서 후미코와 부부가 돼 함께 사진을 촬영하고, 한복을 입은 채 재판정에 나선다. 박열의 요구에 따른 것이다. 이런 장면은 역사적 사실에 바탕을 뒀다.
“재판 신에서 긴 일본어 대사를 소화하기 위해 녹음한 것을 듣고 살았어요. 제 말을 일본인도 알아듣기 쉬워야 했으니까요. 주변 사람들이 그만하라고 할 정도였어요. 하지만 어눌한 일본어로는 박열을 제대로 표현할 수 없었어요. 제국주의 한복판에서 생활한 분이니까 일본어가 유창했으리라고 짐작됩니다.”
데뷔 10년을 맞은 그는 그동안 연기 생활이 대중에게 선택받는 과정의 연속이었다고 소개했다.
“데뷔 초반 이상과 현실의 괴리를 체험했습니다. 연기자란 누군가 나를 선택해야 먹고살아갈 수 있는 직업인데, 과연 내가 연기만 하면서 살아갈 수 있을까 고민이 컸습니다. 혼란기를 치열하게 겪으면서 스물다섯 살 때 배우에 목숨을 걸기로 작심했습니다. 제 인생에 가장 뜨거웠던 때였어요.”
그는 “배우란 끊임없이 선택받아야 하는 직업이기 때문에 안주할 수 없다”며 “계속 성장해야 하고, 나름대로 지금도 성장 중이라 자부한다”고 말을 맺었다.
유재혁 대중문화전문기자 yoo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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