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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재주 있는 할매들 또 일냈다…이번엔 후드티에 모자 쓰고 패션모델 데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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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이 돌아오는 경북 - 경북 상주 기부캠페인 기업 마르코로호

교사·직장인 출신 '남매의 귀촌'
할머니들 팔찌·반지 만들어 팔아
용돈 벌고 재주 살리고 '1석2조'
판매액 5%, 소비자가 선택한 곳에 기부

힙합 그랜드마더로 인기
후드티·모자로 확대…직접 모델로
올해는 베갯잇 등 침구류 생산
예비사회적기업 지정



[ 오경묵 기자 ]
농촌 노인의 빈곤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남매가 귀촌해 세운 기부캠페인 기업 마르코로호가 경북 상주에서 성장하고 있다.

공주교대를 졸업하고 교사 생활을 하던 신봉국 대표(29)와 신은숙 이사(28) 남매가 만든 이 회사는 기부캠페인 패션기업이다. 스와힐리어로 ‘마르코’는 도전, ‘로호’는 정신이라는 뜻이다.

신 대표는 한국 노인의 자살률과 빈곤율이 1위라는 뉴스를 접한 뒤 교사직을 그만두고 귀촌을 결심했다. 노인복지학을 전공한 동생도 흔쾌히 동의했다. 현장 실습을 나간 뒤 정형화된 복지시스템에 한계를 느끼고 있던 차에 오빠의 제안을 받았기 때문이다.


두 남매는 기부캠페인과 패션디자인을 결합했다. 세상에 하나뿐인 사회적 가치가 담긴 디자인 상품을 탄생시키겠다는 일념으로 2015년 4월 창업했다. 오빠는 대표를, 동생은 이사를 맡았다. 이듬해 7월 법인으로 전환하고 2016년 말 예비사회적기업으로도 지정됐다. 이들은 할머니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일거리를 고민하다 첫 사업으로 팔찌와 반지를 선택했다. 상주 전 지역을 대상으로 할머니들을 모집했다. 3개월간 교육을 거쳐 마르코로호의 첫 상품이 나왔다.

이 회사 제품이 특이한 것은 독특한 디자인으로 젊은 층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는 점이다. 기부에 도움이 되는 상품은 막상 사놓고 보면 상품 질이나 디자인이 떨어져 사용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남매는 이 부분에 주목했다. 신 대표는 “좋은 의도로 샀는데 디자인이 좋은 제품이 아니라 디자인이 너무 예뻐 사고 보니 좋은 의미도 담고 있는 제품을 생산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마르코로호의 제품 소재는 왁스가 코팅된 폴리에스테르 끈이다. 수분 땀 등이 흡수되지 않아 오래 사용해도 땀이 배지 않으며 여름철 해변가나 계곡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할머니들의 경험과 지혜가 담겨 탄탄하게 만들어졌다. 유명 연예인들이 잇따라 착용하면서 마르코로호 브랜드가 전국에 알려졌다.


이 회사는 여기에 능동적 기부라는 요소를 가미했다. 소비자가 제품을 구매하면 판매액의 5%는 소비자가 선택한 곳에 기부된다. 독거노인 생활, 결식학생 식사, 장애아동 가구, 유기동물 보호, 아프리카 아동후원 등 5개 관심분야를 소비자가 지정할 수 있다.

상품군도 다양화해 젊은 층이 좋아하는 후드티와 모자도 생산했다. 할머니들의 역할도 확대됐다. 팔찌와 반지만 제작하던 할머니들이 패션모델로 등장했다. 사랑스러운 할머니(Lovely Granny)라는 브랜드와 캠페인을 벌였다. 신 이사는 “할머니들의 사랑스러움을 알리는 브랜드인 만큼 당연히 할머니들이 모델이 돼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할머니들에게 단기간의 일자리도 드리고 브랜드아이덴티티를 더 확고히 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200만원 매출목표로 진행한 캠페인에서 3574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덕분에 2015년 3500만원에 불과하던 매출이 지난해 2억5000만원으로 뛰었다. 올해는 4억원으로 높여 잡았다.

신 이사는 “할머니들이 예전에는 혼자 사는 집에서 혼자 밥 먹고 하루 종일 TV만 보다가 잠드는 것이 일상이고 외출은 약을 받으려고 가는 게 전부였는데 이제는 돈도 벌고 모델로도 활동하면서 삶의 의미가 달라졌다”고 전했다.

남매는 올해 할머니들과 베갯잇 등 침구류를 생산할 계획이다. 김남일 경북도 일자리민생본부장의 제안을 받아 상주 명품인 명주로 할머니들이 직접 만든 배냇저고리도 만들기로 했다. 새로 만든 부서에서는 청각장애 예술인의 그림을 활용한 파우치 등 패션소품을 제작하는 컬래버레이션 작업을 할 계획이다. 말을 통한 의사소통이 어렵지만 상대적으로 그림을 통한 예술표현 능력이 뛰어난 청각장애인 예술가들의 사회적 가치를 알리기 위해서다.

이 회사 직원은 5명. 그는 “일반 기업은 새 제품으로 회사를 키워가지만 저희는 사회적 가치를 하나씩 늘릴 때마다 부서를 늘리는 게 원칙”이라고 말했다. 신 대표는 “다음 신제품은 직원들이 각자 해결을 원하는 사회적 가치를 담은 대상과 제품으로 정하고 신규 직원 채용 때도 그런 취지에 공감하는 직원을 뽑을 것”이라고 말했다. 남이 좋다고 평가하는 직업이 좋은 직업이 아니라 내가 하고 싶어 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아야 한다는 철학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신 대표는 “많은 소비자가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면서 소비하는 윤리적 가치에 관심과 지지를 보내는 것이 앞으로 큰 사회적 흐름이 될 것”이라며 “사회적 가치를 담으면서도 경제적 가치에서 뒤지지 않는 세계적인 브랜드가 되겠다”고 말했다.

상주=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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