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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인 "북한 도발 중단 땐 한·미훈련 축소"…미국 "한국 정부 입장 아닐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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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정상회담 앞두고 '불협화음'

비상 걸린 한미 정상회담
문 특보 "미국의 대화 조건에 한국이 맞출 필요는 없다
문재인 대통령도 같은 생각"…미국 전략자산 축소도 언급

청와대 "문 특보 개인 생각일 뿐"



[ 이미아 기자 ]
문정인 청와대 통일외교안보특보의 발언이 서울과 워싱턴 정가를 발칵 뒤집었다. 지난 16일 미국 워싱턴DC 우드로윌슨센터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로 깨지는 동맹이라면 그게 동맹이냐”며 “북한이 핵·미사일 활동을 중단하면 한반도 전략자산과 한·미 군사훈련을 축소할 수 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어 열린 워싱턴특파원 간담회에서 “이런 구상이 문재인 대통령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미 양국이 사드 배치와 대북 대화 조건 등에서 엇박자를 내고 있는 상황에서 문 특보의 ‘돌출 발언’이 나오면서 이달 말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이 순탄하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의제마다 엇갈리는 한·미 입장

청와대 관계자는 18일 기자들과 만나 “문 특보가 특보라는 지위는 있지만, 개인 자격의 방문”이라며 “청와대의 공식 입장이 아니다”고 밝혔다. 또 “문 특보가 개인 학자적 견해라는 것을 전제로 이야기했으며, 조율된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미국 측에선 아직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다만 앨리시아 에드워즈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대변인은 17일(현지시간) 미국의소리(VOA) 방송에서 “우린 이런 시각이 문 특보의 개인적 견해로, 한국 정부의 공식적 정책을 반영한 게 아닐 수 있다고 이해한다”고 했다.

하지만 워싱턴 정가의 분위기는 매우 험악하다는 게 외교 소식통의 중론이다. 한국과 미국이 그동안 “미국 전략자산(무기)의 한반도 전개와 한·미 연합훈련은 북한의 군사적 위협에 맞서 한·미동맹의 기본 정신에 따라 이뤄지고 있다”고 강조해 왔고, 북한은 이를 중단해야 한다고 끊임없이 요구했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청한 전직 외교부 관료는 “문 특보가 말한 것이 문 대통령 본심과 연결돼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청와대 입장에선 상당히 난감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핵과 남북 대화, 인도적 대북 지원과 관련해서도 한국과 미국의 태도 차이가 크다. 한국은 기본적으로 북한이 핵을 동결하면 북한과 대화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를 대화의 전제 조건으로 내걸고 있다. 또 한국은 국제사회의 제재 틀에서 유연하게 대북 지원을 해야 한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지난 5월 하원에서 역대 최고 수준의 대북제재안을 통과시킬 정도로 강경하다.

외교안보 라인 팀워크 논란

야당은 문 특보 발언과 관련해 일제히 강도 높은 비난 성명을 냈다. 자유한국당은 “한·미 동맹과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발언”이라며 “회담을 10여 일 앞두고 동맹 약화를 부추기는 발언을 한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논평했다.

국회 국방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영우 바른정당 의원은 “문재인 정부가 동맹에 금이 갈 만한 외교적 입장을 시리즈로 쏟아내고 있다”며 “문 특보는 즉각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문 특보 발언 파문에 대해 “새 정부의 외교안보 라인이 아직 제대로 정비되지 않았음을 방증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 임명 과정에서 한 달 가까이 진통을 겪고, 국가안보실 2차장도 공석인 가운데 정책 방향이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게다가 회담 의제 설정 시 주요 역할을 하는 부처인 국방부와 통일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자리는 아직도 비어 있다.

김종훈 전 외교통상부(현 외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스타일을 고려해볼 때 자국에 도움이 안 될 것이라 생각하면 동맹 관계를 떠나 가차없이 냉정하게 나올 수 있다”고 예상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국이 미국에 얼마나 이익이 되는 나라인지 확실히 각인시켜야 하는데, 이를 위한 전략 수립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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