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러닉 CEO 장기휴직…'공유경제 스타' 명성 되찾나
스캔들 악재로 위기 맞아
성희롱 파문에 기술 도용까지 CEO 등 임원들 줄줄이 사퇴
수단 안 가리는 성과중심 문화
인사정책 실패…리더십 '흔들'
집단경영체제 성공할까
캘러닉 1인체제→14명 권력분할
후계 노린 '왕좌의 게임' 될 수도
[ 김현석 기자 ]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유니콘’ ‘공유경제의 대명사’.
차량공유 서비스 회사 우버를 일컫는 말이다. 하지만 최근 우버는 각종 스캔들에 휘말리며 창립 이후 최대 위기를 맞았다. 창립자 겸 최고경영자(CEO)인 트래비스 캘러닉(사진)은 무기한 휴직을 당했다. 임원 열네 명이 함께 의사결정을 하는 집단경영체제도 전격 도입했다. 우버가 위기를 극복할지, 열네 명이 차기 CEO를 노리고 ‘왕좌의 게임’을 벌이다 몰락할지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잇단 추문에 의사결정 방식 바꿔
미국 실리콘밸리에선 공유경제를 ‘셰어링 이코노미’라고 하지 않는다. ‘우버이코노미’라고 부른다. 2009년 출범한 우버는 차를 불러주고 수수료를 받는 게 기본 사업모델이다. 음식 배송(우버잇츠), 화물 운송(우버카고), 퀵서비스(우버러시) 등의 사업도 한다. 기업 가치가 현대자동차의 두 배가 넘는 680억달러(약 76조4000억원)에 달한다.
이런 우버를 세운 캘러닉 CEO가 무기한 휴직에 들어간다고 발표한 건 지난 13일. 그는 가족과 자신을 돌보기 위해 휴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결정은 각종 추문 때문이란 지적이 나온다. 지난 2월 우버에서 일했던 한 여성 엔지니어가 사내 성희롱 문제를 폭로하면서 시작됐다. 캘러닉 CEO가 우버 기사와 설전을 벌이는 모습이 공개된 것이 기름을 부었다. 허가가 나지 않은 도시에서 영업을 시작할 때 ‘그레이 볼’이란 규제를 피하는 불법 프로그램을 써온 사실도 폭로됐다. 구글의 자율주행 기술을 훔쳤다는 혐의로 검찰 수사도 받는다.
스캔들이 잇따르자 우버는 에릭 홀더 전 법무장관이 속한 로펌에 조사를 의뢰했다. 13일 홀더보고서가 공개되면서 캘러닉 CEO가 휴직하고 성추문에 연관된 직원 20여 명은 해고됐다. ‘캘러닉의 오른팔’로 불려온 에밀 마이클 이사도 퇴사했다. 그는 2014년 서울 출장 때 룸살롱에 가고, 우버에 비판적인 기자들을 뒷조사하라고 지시한 인물이다.
캘러닉은 후계자를 지명하지 않았다. 경영은 임원 열네 명으로 구성된 경영위원회가 맡는다. 인사 법률 홍보 재무 등 각 부문 책임자가 함께 의사결정을 하게 된다.
◆수단·방법 안 가리다 문제 커져
우버 사태의 원인은 크게 두 가지로 분석된다. 먼저 공격적인 성과중심 기업문화다. 우버는 세계 각국에서 택시업체·규제당국과 마찰을 빚으며 불법 논란을 일으켰다. 세계 570여 개 도시로 서비스를 확대하는 과정에서 캘러닉 CEO는 목적 달성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문화를 만들었다. 홀더보고서엔 “권위적인 문화로 사내 성희롱이 만연하게 됐다”며 성과제일주의 문화를 바꿀 것을 제안했다. 뉴욕타임스는 14일 “우버는 조직폭력 드라마 ‘소프라노’의 주인공 토니 소프라노가 운영하는 회사처럼 보인다”고 비판했다.
제대로 된 경영전문가가 없었다는 점도 이유로 꼽힌다. 홀더보고서는 “인사 정책에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벤처캐피털업계 관계자는 “스타트업 CEO들은 혁신적이지만 인사 재무 회계 전문가는 아니다”며 “기업이 성장하면 전문가에게 경영을 맡겨야 하는데 우버는 그렇게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페이스북의 셰릴 샌드버그 부사장 같은 사람이 없었다는 얘기다. 구글 부사장이던 샌드버그는 2008년 당시 스타트업이던 페이스북의 최고운영책임자(COO)를 맡았다. 직원·조직 관리에 문외한인 마크 저커버그 CEO 대신 회사 살림을 알뜰히 챙겼다. 저커버그는 “셰릴은 우리 공동체와 비즈니스, 그리고 문화를 키워내는 데 엄청나게 많은 일을 했다”고 말했다.
◆집중됐던 권력의 분산…성과 낼까
우버는 많은 도전을 받고 있다. 차량공유 서비스 후발주자인 리프트는 우버가 흔들리는 사이 지난 1분기 미국 내 이용 건수가 7040만 건에 달했다. 전년 같은 기간보다 240% 증가한 수치다. 제너럴모터스(GM) 등에서 20억달러를 수혈해 우버를 압박하고 있다.
투자자가 등을 돌리고 있는 것도 문제다. 우버는 지난해 매출 65억달러에 28억달러 적자를 냈다. 그동안 유치한 150억달러 중 72억달러가 남아 있어 몇 년간은 문제가 없지만 연이은 추문 탓에 추가 투자를 받기가 여의치 않다. 중국 진출에 실패한 것도 부담이다.
이런 상황에서 집단경영체제가 어떤 성과를 낼지에 관심이 모인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캘러닉에게 집중됐던 권력이 분산되면 혼란이 생길 수 있다고 보도했다. 조지프 바워 하버드대 경영학과 교수는 “경영위원회는 매우 불안하며 의사결정을 내리기 어려운 구조”라고 지적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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