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함도', 오는 7월 개봉 예정
황정민·소지섭·송중기·이정현 멀티캐스팅 '볼 만'
류승완 감독 "국뽕 영화 아냐…한일관계 우려 無"
'국뽕'이라는 말이 있다. 객관적 판단 능력을 잃고 드러내는 극단적인 애국심을 뜻하는 은어다.
역사적 사실을 근거로 제작된 영화는 때때로 '국뽕' 논란에 휘말려왔다. 지난해 개봉된 영화 '인천상륙작전'이 대표적인 예다. 하지만 오는 7월 개봉되는 '군함도'를 연출한 류승완 감독은 이 같은 우려를 일축했다.
15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에서 열린 '군함도' 제작보고회에서 류승완 감독은 "소위 감성팔이의, '국뽕'에 의존한 영화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군함도'는 일본 나가사키현 남서쪽으로 18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하시마 섬을 일컫는다. 이는 군함의 모양을 닮았다 하여 '군함도'라 불린다.
군함도는 19세기 후반 미쓰비시 사의 탄광사업으로 번영을 누린 곳이지만 강제 징용돼 끌려온 조선인들의 희생이 숨겨져 있다.
일본은 조선인 강제 동원의 역사는 철저히 지우고 근대화와 산업 혁명의 상징으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하는데 성공했다. 불과 2015년의 일이다.
군함도의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다. 류승완 감독이 숨결은 역사적 사실에 조선인 대규모 탈출이라는 상상력이 더해져 영화 '군함도'에 닿게 됐다.
류승완 감독은 "군함도를 직접 취재했고, 섬의 모습은 고증에 의해 제작했다. 사실에 가깝게 묘사하려고 노력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영화의 기저에 깔린 것들은 사실이다. 많은 조선인들이 강제 징집됐고, 원치 않은 방식으로 일했고, 그에 합당한 임금과 대우를 못 했다. 취재한바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조선인들의 집단 탈출 스토리는 픽션이다. 그는 "실제로 군함도에서 시도된 적은 있으나 성공한 적은 없다고 한다"라며 "캐릭터의 이야기들은 취재하면서 가능할 법한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영화적 쾌감을 위해 덧붙이게 됐다"라고 전했다.
한국과 일본이 첨예한 갈등을 벌이고 있는 군함도가 소재인 만큼 이날 기자회견에는 일본의 아사히 신문 기자도 참석해 질문을 던졌다.
류승완 감독은 '군함도'가 한일관계에 미칠 영향에 대해 "난 일본을 좋아한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좋아하는 일본 감독이 있고, 음식 또한 좋아한다. 지인 중에는 일본인도 있다. 가까운 이웃인 일본과의 관계가 잘 풀려가길 바라는 사람"이라고 속내를 털어놨다.
하지만 류 감독은 "짚을 건 짚고, 해결할 것은 해결하고 넘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라며 "한국과 일본이 갑을 관계도 아니고 이치와 도리에 맞게 돌아가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또 "영화는 본질적으로 인간과 전쟁에 대한 이야기다"라며 "한일관계에 대한 우려는 영화가 개봉되면 자연스럽게 사라질 것이다"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어린 딸 소희와 군함도로 오게 된 악단장 이강옥 역을 맡은 황정민은 "사실 이 작품을 끝까지 반대했다"고 고백했다.
황정민은 "제작비도 많이 들어가고 쉽지 않은 소재기 때문에 하지 말자고 했다. 하지만 수장인 류승완 감독이 '군함도'에 대한 정확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잘 해낼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2012년 영화 '늑대소년' 후 5년 만에 스크린에 컴백한 송중기는 임무를 받고 군함도에 잠입한 독립군 박무영 역을 연기했다.
그는 "하시마섬에 대해 '무한도전'을 통해 알게 됐다. 우리 민족의 아픈 역사에 대해 잘 몰랐던 게 사실"이라며 "부끄러웠다"라고 밝혔다.
또 "내가 제일 힘들었다고 할 수 없다"라며 "'군함도'에 출연하는 것은 배우로서 국민으로서 의미 있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역시 5년 만에 새 영화로 돌아온 소지섭은 류승완 감독에 대한 특별한 믿음으로 이 작품에 출연하게 됐다.
소지섭은 "류승완 이름 석 자만 듣고 시나리오를 보기도 전에 출연을 수락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시나리오를 받고 나서는 '큰일났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그는 "관객이 공감할 수 있는 캐릭터를 연기할 수 있을지 가장 걱정이 됐다"라며 "류승완 감독을 믿고 잘 해낼 수 있었다. 관객들도 영화를 보면 가슴이 뜨거워질 거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정현은 갖은 고초를 겪은 강인한 조선 여인 말년 역을 위해 43kg에서 36.5kg까지 감량해야 했다.
그는 "저뿐만 아니라 황정민, 소지섭, 송중기를 비롯해 조, 단역 분들 모두 감량해야 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위안부 피해자들의 고충을 내뱉는 신이 있다. 그 대사가 너무 좋고 많이 슬펐다"라면서도 "류승완 감독의 작품을 할 수 있다는 것과, 이렇게 좋은 배우들과 연기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에너지였다"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류승완 감독은 "역사적 사실과 한일관계는 영화 외적의 문제"라며 "개봉을 하건 하지 않건 논의돼야 한다. 단지 영화를 만드는 '영화쟁이'로서 언급할 문제는 아닌 것 같다"고 소신을 밝혔다.
류 감독은 "'군함도'를 본다면 굉장히 특별하고 강렬한 영화적 체험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라며 "관객과 함께 경험하고 싶다"라고 바람을 드러냈다.
'군함도'는 오는 7월 개봉 예정이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사진=최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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