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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수익률 50% 넘던 해외 펀드 '우등생' 러시아·브라질 상품
올해는 '부진의 늪'

러, 트럼프와 내통 의혹에 경제제재 해제 기대감이 실망으로 전환
중장기 유가 전망도 어두워

브라질은 '대통령 스캔들', 또다시 탄핵 위기감에 주가·헤알화 가치 동반 하락

러시아·브라질 펀드 올 수익률 줄줄이 마이너스
러시아 9개 펀드 올 평균 수익률 -5.10%
브라질 10개 펀드 올 평균 수익률 -0.10%



[ 김우섭 기자 ]
지난해 50%를 넘나든 수익률로 주목을 끌었던 ‘러·브(러시아와 브라질)’ 투자 상품들이 올 들어 고전하고 있다. 브라질은 미셰우 테메르 대통령이 ‘뇌물 스캔들’에 휘말리는 등 정치적 혼란이 커지면서 지난달 19일 하루에만 국채 투자 수익률이 17% 넘게 떨어졌다. 러시아 투자자들은 국제유가 하락으로 쓴맛을 봤다. 러시아 주식시장은 로스네프트 등 에너지업체가 시가총액의 40% 이상을 차지한다. 연초 ‘러·브’ 상품을 투자 추천 1순위에 올려놓았던 증권사들도 슬그머니 발을 빼는 분위기다.

러시아 펀드 올해 수익률 -5.10%

12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국내에 설정된 브라질 펀드 10개의 연초 이후 평균 수익률은 -0.10%에 그쳤다.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 펀드의 평균 수익률(16.53%)과는 비교 자체가 무의미할 정도다. 지난해 평균 수익률 56.38%로 해외펀드 가운데 1위를 기록했지만 올해는 최하위로 곤두박질쳤다.

테메르 대통령의 ‘뇌물 스캔들’이 보도된 지난달 19일에는 펀드 수익률(수익률 반영 시점은 지난달 22일)이 15.07% 급락했다. 브라질 주가지수인 보베스파지수와 헤알화 가치가 동시에 떨어지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브라질 펀드는 헤알화 변동에 대한 환헤지(위험 회피)를 하지 않기 때문에 헤알화 가치가 하락하면 수익률도 덩달아 부진해진다. 지난해 이후 2조원 넘게 팔린 브라질 국채 수익률도 올해엔 0% 안팎의 수익률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48.09%의 수익률을 기록한 러시아 펀드도 부진하긴 마찬가지다. 9개 펀드의 올해 평균 수익률이 -5.10%에 그쳐 체면을 구겼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노력 등에도 국제유가가 약세를 보이면서다. 미국 셰일가스 업체들이 생산량을 늘리면서 공급과잉 우려가 커졌고 미국 원유 재고량이 늘었다는 소식이 전해지는 등 유가 전망도 밝지 않다. 국제정세도 러시아에 불리하기 돌아가는 모습이다. 러시아는 미국 대통령 선거 기간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내통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김혜미 KB자산운용 글로벌전략운용본부 매니저는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강제 병합으로 시작된 서방 국가들의 대(對)러시아 경제 제재가 트럼프 대통령 당선을 계기로 해제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지만 최근에는 기대할 게 못 된다는 식으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단기적 변동성 확대 가능성

전문가들은 이들 두 나라에 투자할 때는 단기적 변동성 확대 가능성을 충분히 감안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양국 모두 정치 상황 변화에 따라 금융시장이 다시 출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브라질 정국은 다양한 ‘경우의 수’를 앞두고 있다. 테메르 대통령이 사임하거나 탄핵당한 뒤 재선거를 치르는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사임을 거부하고 탄핵도 어려워지면 정치적 불안성이 상당 기간 지속될 수 있다. 신환종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테메르 대통령이 사임을 거부한 뒤 여당과 야당이 ‘강대강’으로 맞설 경우 혼란이 길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테메르 대통령이 정치력을 발휘해 뇌물 스캔들을 조기에 매듭지을 수도 있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정치 변수가 경제 펀더멘털(기초체력)에 그다지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오온수 KB증권 멀티에셋전략팀장은 “지난 1분기를 기점으로 턴어라운드한 브라질의 경제 여건을 감안하면 장기적으로는 회복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공화당이 상원과 하원을 장악하고 있어 트럼프 대통령 탄핵이 어려울 것이란 점을 근거로 러시아가 더욱 깊은 수렁으로 들어가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러시아 브라질과 함께 신흥국 대표 투자 상품이었던 중국 펀드도 주춤하다. 중국 정부가 올 들어 시중 유동성을 회수하는 조치를 잇따라 취하고 있는 데다 중국 경제의 장기 성장 가능성에 의구심이 커지면서 중국 주식에 대한 관심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중국 펀드에선 올 들어 6622억원이 빠져나갔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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