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TV·DTI 선별 강화 '가닥'
정부, 가계빚 대책 투기수요 억제에 초점
실수요자 대출까지 조이면 부동산 급랭 우려
아파트 중도금 집단대출에도 규제 추가될 듯
[ 이태명/정지은 기자 ] 새 정부는 가계부채 대책으로 ‘전면적인 규제 강화’ 대신 ‘정밀타격’ 쪽으로 정책 방향을 잡아가고 있다. 급증하는 가계대출을 조이기 위해 박근혜 정부 때 완화한 담보인정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을 원래대로 되돌리자는 주장이 한동안 거셌으나, 부작용이 많을 것이라는 우려에 방향을 선회하는 분위기다. 실수요가 아닌 투기 수요 억제에 초점을 맞춘 대책이 나올 전망이다.
◆“LTV·DTI 일괄 환원 어렵다”
가계부채(판매신용 제외)는 2014년을 전후해 급증했다. 2013년 55조원, 2014년 65조원 늘어난 가계부채는 2015년 113조원, 2016년 132조원 증가했다. 올 1분기 말 가계부채 잔액은 1286조원이다.
가계부채가 급증세로 돌아선 시기는 2014년 8월 박근혜 정부가 LTV·DTI 규제를 푼 시점과 맞물린다. 당시 정부가 50%(은행·서울 기준)인 LTV, DTI를 각각 70%와 60%로 완화하면서 ‘빚 내서 집 사려는’ 수요가 폭증했다는 지적이다. 가계부채 증가세를 꺾기 위해선 LTV와 DTI를 다시 조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하지만 LTV·DTI를 다시 조이는 데 따른 부작용 우려도 만만찮다. 당장 LTV·DTI 규제를 강화하면 경기가 급랭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국내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는 것은 부동산 호황으로 건설투자가 늘어난 덕분인데 대출규제를 강화할 경우 ‘부동산시장 위축→경기 급랭’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걱정이다.
지금 부동산시장이 LTV·DTI를 일괄적으로 조여야 할 상황까지는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서울과 수도권 일부 지역만 과열 양상을 띨 뿐 나머지 지역은 여전히 침체돼 있다는 점에서다.
또 아파트 집단대출이 최근 가계부채 급증을 불러왔다는 점도 LTV·DTI 규제 강화의 실효성을 의심하게 하는 대목이다. 집단대출은 LTV·DTI 규제 적용을 받지 않는다. 지난 4월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의 30%가량이 집단대출이었다.
◆“투기 수요에 한해 규제 강화”
이 때문에 정부 내에서도 LTV·DTI 규제를 2014년 8월 이전으로 일괄적으로 되돌려선 안 된다는 주장이 많다. 지역·차주(借主)에 상관없이 대출을 조이면 서민층 등 실수요자의 피해만 키울 수 있어서다. 금융당국은 이에 따라 실수요자에게는 종전대로 LTV·DTI 한도를 유지하되 특정 차주에 한해 LTV·DTI를 조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투기 수요라고 할 수 있는 대출만 LTV와 DTI를 종전처럼 50%가량으로 낮추는 방안이다. 예컨대 1주택자는 실수요자로 볼 수 있는 만큼 2주택자 또는 3주택자 이상에 대해 대출한도를 강화하거나, 9억원 이상 고가주택 대출 수요만 조이는 식이다.
아파트 집단대출 규제도 추가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당국은 아파트 집단대출 중 잔금대출에 대해 올해 1월부터 분할상환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도입했다. 일각에서는 중도금대출을 포함한 모든 아파트 집단대출에 DTI 규제를 일괄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 관계자는 “집단대출에 DTI를 적용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힘들다”며 “집단대출 급증 문제는 국토교통부가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 LTV(담보인정비율)
loan to value ratio. 담보로 맡기는 주택의 가격 대비 대출 가능 금액을 말한다. 예컨대 6억원짜리 아파트를 담보로 맡길 때 LTV 한도 70%를 적용받으면 최대 4억2000만원까지 대출받을 수 있다.
■ DTI(총부채상환비율)
debt to income ratio. 총소득에서 부채의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차지하는 비율을 말한다. 이 비율이 50%이고 총소득이 5000만원이라면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2500만원을 웃도는 수준으로 대출을 받을 수 없다.
이태명/정지은 기자 chihir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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