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카이 세대의 고임금 일자리
여성·외국인 시간제 근로로 대체
월 평균 27만엔…몇년째 제자리
[ 도쿄=김동욱 기자 ] 일본 경기는 호황인데 임금은 왜 오르지 않을까.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6일(현지시간) “일본이 23년여 만에 가장 낮은 실업률(2.8%)을 기록하면서 기업들이 구인난을 겪고 있지만 신기하게도 임금 상승은 거의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통상 경기가 좋아져 실업률이 낮아지면 임금은 올라가게 마련이다. 하지만 일본 근로자의 4월 평균임금은 27만5321엔(약 282만1000원)으로 전년 동기에 비해 변화가 없다. 지난해 일본 대기업의 지급임금 총액도 약 150조엔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전인 2007년보다 6.9%가량 낮았다.
소득분배에서 근로자 몫을 나타내는 노동분배율(인건비/부가가치)도 2015년 전년 대비 0.8%포인트 하락한 67.8에 그쳤다. 2007년(72.2) 이후 줄곧 떨어졌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가계소득 증진을 통한 소비 진작을 유도하고 있지만 효과를 보지 못한 셈이다.
이는 기업들이 노인과 여성, 외국인 등 저임금 노동자로 비정규직 일자리를 대거 채우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단카이 세대(1947~1949년생)가 2012년부터 대거 은퇴하면서 생겨난 정규직 일자리를 기업들이 저임금·비정규직 근로자로 채우면서 임금이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는 얘기다.
기업들은 각종 사회보장비 부담으로 정규직 고용을 꺼리고 있다. 게이단렌에 따르면 연금제도 개편 등에 따른 보험료율 인상으로 기업의 사회보장 기여금이 2000년 19조1000억엔에서 2015년 25조7000억엔까지 높아졌다. 총 근로시간이 1994년 1900시간에서 2015년 1750시간으로 줄면서 근로자의 전체 수입이 줄어든 측면도 있다.
20년 넘게 물가가 떨어지는 장기 디플레이션을 경험하면서 임금 정체를 당연시하는 문화가 퍼진 점도 원인으로 거론된다. 사이토 다로 닛세이기초연구소 경제조사실장은 “근로자의 임금 인상 요구가 약하고 오랜 디플레로 임금 인상이 당연하다는 인식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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