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열린 정부' 일환…차관급 이상 8월부터 적용
정보공개법 개정해 법제화 추진
일정공개 우수기관 포상도 검토
안보에 관련된 건 비공개 가능
"미국·일본선 이미 시행" …"현실 외면한 정책" 비판도
[ 김주완 기자 ] 새 정부가 국무총리와 각 부처 장관들의 일정을 분(分) 단위로 상세하게 공개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국가정보원장, 감사원장, 검찰총장 등 사정기관장의 일정도 처음으로 상세히 공개한다는 방침이다.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지만 과도하다는 의견도 있어 최종 방안에 관심이 쏠린다.
◆고위 공직자 일정 분(分) 단위로 공개
4일 각 부처에 따르면 행정자치부는 부처 장관 일정 공개를 확대하는 내용의 ‘행정부 주요인사 일정 공개 개선방안’을 마련했다. 관련 부처들의 의견을 수렴 중이다. 행자부는 해당 내용을 문재인 정부에서 인수위원회 역할을 하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도 보고했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부처 수장들의 일정 공개 기준은 ‘최대한 상세하게’다. 분 단위를 기본으로 할 계획이다. 시간, 장소, 일정명, 주요 내용 등도 모두 공개 대상에 포함된다.
또 주요 회의와 행사 참석, 현장 방문뿐만 아니라 결재 사안도 공개할 방침이다. 예컨대 ‘국무총리, 오전 10시15분, 1급 이상 간부 회의, 최근 현안 점검’이라 공개하고 회의 내용을 따로 첨부하는 방식이다. 행정부 주요 인사들의 일정을 하루 전 오후 6시 전에 공개하고 변동 사항이 생기면 수시로 수정한다는 게 행자부의 구상이다.
일정 공개는 사정·보안당국에도 예외 없이 적용한다. 정부 관계자는 “그동안 일정을 거의 공개하지 않았던 국정원장, 검찰총장, 경찰청장 등도 원칙적으로 매일 알려야 한다”고 했다.
다만 시행시기는 단계적으로 적용할 방침이다. 이르면 올해 8월 국무총리와 부처 장관, 처장(차관급) 일정 공개가 시작된다. 검찰총장 등 각 부처 청장들과 지방자치단체장은 내년부터 공개할 예정이다.
◆대통령 공약 후속 조치…보안일정 미공개 가능
행정부 수장들의 일정 공개 확대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에 따른 후속 조치다. 대선 과정에서 대통령의 24시간을 공개하고 정부의 정보 공개 수준을 높여 열린 정부를 구현하겠다고 공언했다. 취임 직후에는 대통령 일정을 분 단위로 공개하기도 했다.
상세 공개가 원칙이지만 각 부처는 자의적인 판단으로 일정 공개를 최소화할 수 있다. 특히 국가안보 등 보안이 필요한 내용은 공개하지 않는다는 단서도 달릴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 관계자는 “검찰총장은 일정 자체가 수사와 깊이 관련된 경우가 많아 공개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공개의 실효성이 그리 높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지나친 공개의 역효과를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장관 일정을 관리하는 행정부의 한 관료는 “대통령 공약이라고 무조건 장관의 일정을 상세하게 공개하라고 하는 것은 현실을 외면한 보여주기식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법제화 및 포상으로 실효성 제고키로
미국 백악관에서는 이미 미국 대통령 일정을 분 단위로 상세히 공개하고 있다. 일정 내용이 비공개일 경우에는 시간과 장소, 일정명만 밝힌다. 일본도 1977년부터 총리 일정을 상세히 공개하고 있다. 예를 들어 지난 1월19일 아베 신조 총리는 ‘오후 6시43분에 도쿄 긴자 식당에서 세코 히로시게 일본 경제산업상, 아라이 히로유키 전 의원과 식사하고 오후 9시12분 퇴근’이라고 일정을 공개했다.
그간 국내에서는 부처에 따라 장관들의 일정 공개 수준이 달랐다. 정보 공개 수준과 지침을 규정한 법령이 없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 장관, 교육부 장관 등은 외부 일정을 대부분 미리 공지해왔다. 반면 감사원장, 국정원장, 방송통신위원장, 법무부 장관 등은 정기적인 일정 공개는 하지 않았다. 봉사활동, 현장 방문, 해외 주요 인사 면담 등 부처 판단에 따라 필요한 경우에만 공개했다. 행자부 관계자는 “정보공개법을 개정해 주요 인사의 일정 공개를 법제화하고 일정 공개 우수기관을 발표해 포상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