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피해 해외로 나간 투자 복귀시키고
대기업은 글로벌 경험 中企에 전수 필요
특화된 강소기업 탄생할 생태계 구축해야
‘일자리 창출’이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1순위로 자리매김했다. 아울러 새 정부는 대기업 중심의 경제구조를 개편하고 중소기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함으로써 경제성장을 추진하는 데 역점을 둘 것으로 판단된다. 이들 정책에 대한 강한 의지의 표현이 문 대통령 집무실에 설치한 일자리 상황판과 중소기업청의 중소기업벤처부로의 승격 움직임일 것이다.
많은 청년들이 졸업 후 직장을 잡지 못하고 있다. 또 많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이 여러 복합적 문제로 창업 후 몇 년을 버티지 못하고 도산하고 있다. 이런 현실은 심각한 경제·사회적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따라서 청년들의 일자리를 만들어 내고 또 중소기업을 지원·육성하려는 정부의 의지는 높이 평가받을 만하다. 더 나아가 이런 경제정책 방향은 현재 한국 경제가 직면하고 있는 근본적 문제인 저성장과 소득 불균형을 해결하는 데도 상당한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일자리 창출과 중소기업 육성이라는 방향성에 대한 공감에도 불구하고 그 방법론에 대해서는 좀 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 우선 일자리와 관련된 정책 방안의 최우선순위에 공공 부문 일자리 창출이 올라 있다. 예산을 증액해 공무원을 늘리고 공공기관의 채용을 늘리는 것도 하나의 일자리 창출 방안이지만 지속 가능하지 않으며 궁극적 해결책은 되지 못한다. 이 방안은 경기가 깊은 침체 국면에 빠질 때를 대비한 카드로 남겨 둬야 한다. 경기 침체 국면에서는 공공 부문 채용 확대가 경기의 빠른 하락에 대한 완충 역할을 할 수 있으며 더 나아가 경기 회복의 마중물로 사용될 수 있다.
경기 회복 신호가 여러 곳에서 감지되는 현 상황에서는 공공 부문 채용 확대보다는 좀 더 민간 부문에서 자생적으로 일자리가 늘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을 사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민간 기업의 국내 투자가 증가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규제 완화 등이 그런 정책의 일례일 것이다. 지난 10년간 한국 기업들이 해외에 투자해 창출한 일자리가 약 100만 개가 된다는 통계가 있다. 한국 기업들이 해외에 투자한 이유야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국내의 과도한 규제를 피해 투자한 경우도 상당할 것이다. 다른 이유야 어쩔 수 없겠지만 글로벌 스탠더드보다 높은 규제가 그 원인이라면 이를 완화해 해외로 나갈 투자가 국내로 돌아오게 만드는 것이 현 시점에서 더욱 지속 가능하고 효과적인 일자리 창출 방법이 아닐까.
강한 중소기업 육성을 통한 경제 체질 개혁과 대체 성장동력의 확보는 많은 사람이 공감하는 명제다. 그렇지만 중소기업 육성 정책을 추진할 때 대기업은 악(惡)이라는 시각을 가져서는 곤란하다.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대기업은 한국 경제의 중요한 자산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대기업은 더욱 그러하다. 따라서 한국 경제의 지속적 성장을 위해서는 강한 중소기업 육성과 대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제고, 이 두 가지가 모두 필요하다. 이를 위한 정책을 중점적으로 발굴하고 시행하는 데 기업 정책의 방점이 찍혔으면 한다. 전문성이 높고 특화된 강한 중소기업들이 많이 탄생할 수 있는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과 같은 정책들이 중요해 보인다.
대기업들도 현재의 한국 경제가 가지는 성장의 한계를 이해하고 중소기업과의 실질적 상생을 통한 경제성장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좀 더 전향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또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면서 학습한 노하우와 경험을 중소기업에 전수해 강한 중소기업을 키우는 데도 노력해야 한다. 대기업들이 이런 모습을 보여줄 때 국민들은 아낌없는 박수와 존경을 보낼 것이다.
강한 중소기업과 글로벌 경쟁력을 가진 대기업이라는 두 개의 성장동력이 힘을 받아 우리 경제가 앞으로 나아간다면 양질의 일자리 문제도 자연스럽게 해결된다. 새 정부 경제팀이 임기 동안 장기간 침체된 우리 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 주길 진심으로 기대한다.
조명현 < 고려대 교수·경영학 / 한국기업지배구조원장 / 객원논설위원 chom@korea.ac.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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