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정치개입 금지' 의지 반영
1차장 서동구·2차장 김준환
3차장 김상균 '모두 국정원 출신'
[ 손성태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은 1일 국가정보원 1차장에 서동구 주(駐)파키스탄 대사(62·사진)를, 2차장과 3차장에 김준환 전 국정원 지부장(55)과 김상균 전 국정원 대북전략부서 처장(55)을 각각 임명했다고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이 밝혔다. 과거와 달리 차장 세 명을 경찰·검찰 등 외부 인사가 아닌 국정원 출신으로 발탁한 게 특징이다.
이날 임명장을 받은 서훈 국정원장은 그동안 불법 사찰 논란을 불렀던 국내 정보 담당관(IO) 제도를 전면 폐지하는 등 국정원의 대대적인 개혁을 예고했다. ‘국정원의 국내 정치 개입만큼은 철저하게 금지해 달라’는 문 대통령의 주문을 실천하기 위해서다. IO는 부처, 기관, 단체, 언론 등을 출입하는 정보관을 지칭한다.
서 원장은 또 국정원 개혁을 위한 기구(국정원 발전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 외부 인사까지 포함하는 이 기구를 통해 중·장기 국정원 개혁 방안이 마련될 것으로 전망된다. 서 원장이 정치 개입 근절을 선언하면서 국정원은 과거 정치 개입 의혹에 대한 자체 조사도 진행할 방침이다. 이 조사 결과에 따라 대대적인 인적 쇄신 작업을 진행할 가능성도 있다. 서 원장은 이날 “개혁 통(痛)이 있겠지만 감내하겠다”며 “팔이 잘려나갈 수도 있다. 필연 많은 상처를 입게 될 것”이라고 고강도 개혁 의지를 밝혔다.
이날 임명된 서 1차장은 서울 출신으로 주유엔 공사 및 주미 대사관 공사,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을 거쳐 주파키스탄 대사를 지냈다. 서 1차장은 다양한 재외공관 근무 이력이 말해주듯 국정원 해외정보파트에서 오랜 이력을 쌓았다. 1차장이 대북 정보 및 해외 국익 정보를 담당한다는 점에서 적임자로 평가된다.
대전 출신인 김 2차장은 행정고시 34회 출신으로 국정원 지부장을 지냈다. 김 2차장은 대테러와 방첩, 대공수사 분야 전문가로 통한다. 2차장은 대공수사와 대테러업무를 주로 맡는다.
사이버·통신 등 과학정보 분야를 담당할 김 3차장은 부산 출신으로 남북합의 실무 전문가로 알려진 인물이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 이후 남북 간에 만들어진 거의 모든 합의서 문구를 작성하는 실무 작업을 도맡아 ‘대북통’으로 꼽힌다.
박 대변인은 “세 명의 차장은 모두 국정원 내부 출신”이라며 “이는 문 대통령의 공약대로 국정원과 정치권 간의 관계를 단절하고 국정원이 순수 정보기관으로 거듭나도록 하기 위한 조치”라고 말했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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