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 자산배분 프로그램 도입…청년기·은퇴기 투자 비중 조정
최근 1년 수익률 7~14% 기록…은퇴형 상품인 RIF도 출시
[ 나수지 기자 ]
삼성자산운용의 ‘삼성 한국형 타깃데이트펀드(TDF·target date fund)’ 수탁액이 출시한 지 1년여 만에 1300억원에 육박했다. TDF는 투자자의 은퇴 시점을 고려해 생애주기별로 자산을 배분해주는 펀드다. 미국에서 대표 연금상품으로 자리잡은 TDF를 한국인의 생애주기에 맞춰 새롭게 만든 상품이라는 게 회사의 설명이다.
빠르게 늘어나는 펀드 수탁액
28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한국형TDF’ 수탁액은 24일 기준 1295억원으로 1300억원에 근접했다. 올해만 약 700억원의 자금이 새로 들어왔다. 포트폴리오가 자동으로 조정돼 투자가 편리한 데다 수익률도 안정적이어서 자금이 몰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 한국형TDF는 퇴직연금(DC형)과 개인연금 펀드로 가입할 수 있다. 가입자가 스스로 포트폴리오를 짜야 했던 기존 연금상품과 달리 은퇴 시점을 정해주면 자동 자산배분 프로그램인 ‘글라이드 패스’에 따라 펀드가 스스로 자산 비중을 조정한다. 청년기에는 성장주와 고수익 채권 등에 자산을 집중해 수익률을 끌어올리고, 은퇴 시기가 가까워지면 배당주와 국·공채 비중을 높여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는 식이다.
은퇴 시점에 따라 2015, 2020, 2025, 2030, 2035, 2040, 2045 펀드 등 총 7개 펀드에 투자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본인이 2030년께 은퇴할 것으로 예상된다면 ‘삼성 한국형2030’ 펀드에 가입하면 된다. 실제 은퇴 시점과 상관없이 펀드를 선택할 수도 있다.
각각의 펀드는 미국의 대표적 TDF 운용사인 캐피털그룹이 운용하는 12개 펀드에 재간접 형태로 분산 투자한다. 미국 유럽 아시아 신흥국 시장의 주식과 채권 펀드 등 다양한 글로벌 자산에 투자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안정된 수익을 추구할 수 있다는 게 삼성운용의 설명이다.
TDF는 미국에서만 1000조원 이상 팔릴 정도로 대표적인 연금상품이다. 캐피털그룹은 2007년부터 TDF를 운용하고 있다. 10년 연평균 수익률은 6.36%에 달한다. 미국 TDF 운용사 중에서도 상위 1%에 속하는 성과다.
연 10% 안팎 수익률 달성
삼성 한국형 TDF 수익률도 돋보인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23일 기준 ‘삼성 한국형TDF 2045’의 최근 1년 수익률은 14.31%를 기록했다. 나머지 펀드도 연 7~13%가량의 수익을 내고 있다.
구성훈 삼성자산운용 대표는 “TDF는 노인층 빈곤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한국에 꼭 필요한 상품”이라며 “삼성운용이 TDF 상품을 지난해 처음 내놓은 후 국내에서 비슷한 상품이 속속 나오고 있는 만큼 선의의 경쟁을 펼쳐 국민 노후자산을 불리는 데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삼성자산운용이 추천하는 또 다른 은퇴형 상품은 30일 출시한 ‘삼성 한국형 RIF’다. RIF는 retirement income fund의 약자로 퇴직금 등 목돈을 투자해두면 매달 물가상승률 수준의 돈을 받으면서도 ‘은퇴 잔존 자산’을 남길 수 있다. 은퇴 잔존 자산이란 기대 수명이 지난 뒤 남아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연금의 가치다. 기대수명보다 오래 살 경우에 대비해 필요한 자금이다.
예를 들어 기대수명이 25년 남은 투자자가 퇴직금 3억원을 RIF에 넣었다고 치자. 물가상승률을 연 2.4%로 가정했을 때 투자 다음달부터 25년 동안 매달 62만5000~110만원가량을 받을 수 있다. 25년 뒤에는 투자금 3억원의 절반인 1억5000만원이 남아 있을 확률은 98%다. 2억5000만원을 쥘 수 있는 확률은 74%, 원금인 3억원이 그대로 남아 있을 확률은 31% 정도다.
삼성자산운용 관계자는 “퇴직금을 예금에 넣으면 원금은 보장되지만 물가상승률은 따라잡을 수 없고, 연금보험은 은퇴 잔존 자산이 없어 기대수명보다 오래 살면 자금이 부족해진다”며 “한국형 RIF는 기존 노후자금 운용 방식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간 상품”이라고 설명했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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