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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에 필적하는 취임 35년차의 80대 C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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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이심기 특파원) 그는 미국 S&P500 대기업에서 단 2명만 남은 80대 최고경영자(CEO) 중 한 명이다. 또 다른 한 명의 80대 CEO는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이다. 하지만 그는 버핏에 비견될 정도로 탁월한 경영실적을 올리고 있다. 버핏도 그를 믿고 그가 이끄는 회사에 투자했다. 지분 5.6%을 보유한 대주주다.

그는 버핏과 여러모로 닮았다. 취임한 지 30년이 넘었고, 버핏에 비할 순 없지만 억만장자다. 재임기간 중 24곳의 경쟁사를 인수해 회사를 키웠다. 하지만 여전히 낡은 중형차를 직접 몰고 고객을 만나러 다니는 소박한 스타일이다. 버핏과 다른 점은 언론에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누구일까. 로버트 윌머스 M&T뱅크 회장이다. 그의 취임 후 뉴욕주의 커뮤니티은행에 머물고 있던 M&T뱅크는 비약적으로 성장하며 월가의 주목을 받고 있다.

M&T뱅크 뉴욕주 버팔로에 본사를 두고 있다. 1856년 설립된 160년 전통의 은행이다. 시작은 지역 상공인을 위한 신탁회사였다. 은행 이름도 ‘제조업체와 상인을 위한 트러스트 컴퍼니(Manufacturers and Traders Trust Company)’였다.

하지만 뉴욕주 북부의 공업지대가 쇠락하고, 농업 역시 다른 중부지역에 비해 빈약했다. 지역경제가 침체되면서 은행도 영향을 받게 됐다. 이 곳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표심을 자극했던 이른바 ‘러스트 벨트(rust belt)’ 지역이었다.

1983년 M&T뱅크의 CEO가 된 윌머스 회장은 “다른 사람들이 은행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무엇이든 해야 했다”고 말했다. 그만큼 은행 내부의 문제가 산적했다는 설명이다.

월머스 회장 취임 이후 은행은 경이적인 실적을 올렸다. 1990년 M&T뱅크의 예금은 62억달러, 순익은 2억8600만달러였다. 약 30년 뒤인 2008년에 예금은 426억달러로, 순익은 29억달러로 증가했다. 올해 은행의 예금은 1000억달러를 넘을 전망이다.

M&T뱅크의 올 1분기 실적도 예상치를 뛰어넘었다. 은행의 핵심 수익기반인 순이자마진(NIM)은 지난해 1분기 3.18%에서 3.34%로 상승했다. 지난해 4분기에는 3.08%였다. 덕분에 순이자 수익은 9억22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5% 늘었다. 주가 역시 올들어 3.9% 상승했다. 벤치마크인 KBW 나스닥 은행인덱스의 1.9%보다 2배 가량 높다.

미국을 대표하는 월가의 초대형은행과 비교하더라도 M&T뱅크의 수익성은 뒤지지 않는다. M&T뱅크의 1분기 순이익은 13억6000만달러(주당 2.12달러), 자기자본 이익률(ROE)은 8.98%를 기록했다. 투자분석가들의 예상치(13억4000만달러, 주당 1.94달러)를 넘는 수치다. 주당 순이익은 미국의 6대 은행 중 골드만삭스(5.15달러)에만 유일하게 뒤졌다. 씨티, JP모건체이스 등을 능가한다. ROE는 뱅크오브아메리카(BoA)와 씨티그룹보다 높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포함해 그가 CEO로 재임한 34년동안 M&T뱅크는 배당금을 줄이지 않았으며, 단 한 번의 분기 손실도 기록하지도 않았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과 이듬해인 2009년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 기간 S&P500지수에 편입된 은행 중 배당금을 낮추지 않은 곳은 단 2곳에 불과했다. 그가 CEO 재임기간 중 기록한, 배당금을 포함한 연 평균 총수익률은 16.7%. 워런 버핏이 이끄는 벅셔해서웨이와 어깨를 견줄만한 실적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평가했다.

윌머스 회장이 은행장에 취임할 당시 그의 나이는 49세였다. 당시 행동주의 투자자들이 경영개선을 요구하며 이사회 좌석확보를 통한 경영참여를 시도했다. 이를 물리치고 은행의 사령탑에 오른 그는 기존 관행을 모두 바꾸고 경영을 쇄신했다. 스스로도 “할 수 있는 일은 모두 시도했다”고 말할 정도였다. 그는 하버드칼리지와 하버드경영대학원을 졸업한 후 금융권의 사관학교로 불리는 뱅커스 트러스트에서 잔뼈가 굵었다. 뉴욕시에서 근무하기도 했다.

매년 CEO에 대한 냉정한 평가가 이뤄지는 미국 금융계에서 탁월한 경영실적을 올리며 34년간 CEO의 지위를 유지하는 그의 비결은 무엇일까. 윌머스 회장이 WSJ에 전한 은행의 경영철학은 간단명료했다. 가치있는 고객에게 양질의 대출을 제공하는 것이다. 그는 “은행이나 저나 특별한 게 없다”며 “우리는 그저 우리가 하는 일을 좀 더 잘하려고 노력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 단순한 원칙을 구현하면서 은행은 역설적으로 비약적인 성장의 궤도에 올랐다. 취임 당시 20억달러였던 은행의 자산이 지금은 1220억달러가 넘는다. 재임기간 중 회사를 60배 넘게 성장시켰다.

윌머스 회장은 재임 중 24곳의 경쟁은행을 인수했지만 적대적 인수는 한 번도 없었다. 그는 “인수 계획이라는 것을 만들어 본 적이 없다”며 “M&A를 통해 특정지역에 진출해 덩치를 키우기보다는 잘 아는 지역에서 새로운 사업기회를 찾는 것이 더 좋다”고 말했다. M&T의 지점 780여곳은 대부분 뉴욕과 펜실베니아, 메릴랜드, 메릴랜드 지역에 밀집돼 있다.

물론 실패도 있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에 서브프라임 대출로 이뤄진 담보부 채권을 사들인 것이다. 그는 “당시 쉽게 성장할 유혹에 빠졌다”며 자신의 실수를 인정했다. 제대로 알지 못하는 지역에 진출하고, 덩치를 키우기 위한 무리한 영업확대에 나섰다고 후회했다.

지난해 M&T뱅크는 22%의 이익 증가율을 기록했지만, 이사회는 윌머스 회장에 대한 인센티브를 370만달러에서 350만 달러로 삭감했다. 이유는 주주 수익률이 더 좋았을 수 있었다는 것이었다.

M&T뱅크 뉴욕주 버팔로시의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절대적이다. M&T뱅크 지역에서 세 번째로 큰 사업자이며 전체 고용은 1만7000명에 달한다. 시립 동물원에서부터 오케스트라에 이르기까지 M&T뱅크의 지원을 받지 않는 기관은 거의 없다. 심지어 버팔로시의 예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전문인력을 지원하기도 했다.

WSJ는 그를 타이어가 제대로 맞지 않는 낡은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구두쇠라고 표현했다. 그는 지난해 폐차 전까지 1990년형 도요타 코롤라의 스테이션 왜건을 직접 몰았다. 공식회의에서도 목소리를 높이는 법도 없다.

윌머스 회장은 그러나 자신의 은행은 물론 고객인 중소기업을 위협하는 정부의 과도한 간섭이나 탐욕에 찬 사모펀드를 비난하는데 주저하지 않는 인물로도 정평이 나있다. 그는 2002년 뉴욕주 은행협회장을, 1993년부터 5년간은 뉴욕연방은행 이사를 역임했다.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부터 2년간 뉴욕주 경제개발공사 회장을 맡아 지역 경제회생을 위해 ‘자원봉사’를 하기도 했다.

윌머스 회장은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피하는 대신 1년에 한 번 주주에게 보내는 서한에서 자신의 경영철학을 전한다. 올해 그가 보낸 34페이지짜리 서한은 미국 중산층의 위기와 금융규제에 대한 경고로 채워졌다.

그는 “최근의 증시 상승은 정책결정자로 하여금 경제가 제대로 돌아가고 있다고 믿게 만들지는 모르지만 주식시장에 투자하지 않는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저금리로 인해 자신들의 이자수익이 줄면서 고통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에 대해서도 “무차별적인 규제로 지역은행에 불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을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월가의 대형은행은 감독당국을 ‘다룰 수 있는’ 막대한 자원을 갖고 있지만 지역은행은 다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월가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쏟아냈다. 최근 10년간 5개 대형은행이 187건에 달하는 각종 법적 분쟁과 관련해 지불한 벌금만 1580억달러에 달한다며 이로 인해 은행 산업 전체에 대한 대중의 분노를 불러일으키고, 은행에 더 많은 규제가 필요하다는 인식을 가져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마디로 “월가는 이제 그만 사고를 치고 리더십을 보이라”는 주문이다.

M&T뱅크의 성공스토리는 디지털 혁명이라는 격변기에 놓여 있는 은행산업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미 언론은 M&T뱅크가 월가의 금융 권력과 한 발 떨어져 지역과 함께 발전하는 은행의 성장모델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끝) /s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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