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파격 발탁 인사
1979년 소위 임관…특전사 중대장·헬기 조종사 등 거쳐
유방암으로 강제 퇴역 당하자 정부에 맞서 싸운 '철녀'
[ 손성태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은 17일 국가보훈처장(차관급)에 여성인 피우진 육군 예비역 중령(61·사진)을 임명하는 파격인사를 단행했다.
보훈처 사상 첫 여성 수장에 임명된 피 처장은 1979년 소위로 임관해 특전사 중대장, 육군 205 항공대대 헬기 조종사 등의 경력을 갖고 있다. 2002년 유방암에 걸려 투병하다 군 신체검사에서 장애 판정을 받고 2006년 11월 강제 퇴역됐다. 이에 맞서 여러 차례 행정소송을 통해 군으로 복귀하기까지 과정은 한 여군의 승리를 넘어 군의 재량권 남용과 자의적 차별행위를 공론화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조현옥 청와대 인사수석은 브리핑에서 “유방암 수술 후 부당한 전역조치에 맞서 싸워 다시 군에 복귀함으로써 여성들뿐만 아니라 국민에게 감동을 줬다”고 말했다.
이어 “온몸으로 나라 사랑의 의미를 보여준 신임 보훈처장 임명으로 국민과 함께하는 보훈처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인선 배경을 설명했다. 피 처장은 2008년 진보신당의 18대 국회의원 비례대표로 출마한 경험도 있다. 당시 피 처장은 “진보신당의 심상정 의원 같은 여성 정치인이 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이번 대선에서 문재인 대선후보 지지선언을 하기도 했다.
피 처장은 대통령과의 인연을 묻는 기자들 질문에 “인연이 있지는 않다”며 “여성 공직자·장관을 30% 비율로 하겠다고 대통령이 공약했고, 군 출신이면서 보훈 가족으로 상이군인이기 때문에 발탁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5·18 민주화운동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를 것이냐는 질문에 “애국가도 임을 위한 행진곡도 씩씩하게 부르겠다”고 답했다. 피 처장은 보수편향이 강한 부처로 꼽혀 온 보훈처를 개혁하는 데 앞장설 것으로 보인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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