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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은행 역할 연구' 석학 미국 앨런 멜처 교수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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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자본론' 피케티 비판 주목
몽펠르랭소사이어티 회장 역임



[ 오춘호 기자 ] 앨런 멜처 미국 카네기멜런대 명예교수가 지난 8일 타계했다. 향년 89세.

그는 평생 미국 중앙은행(Fed)의 역사 연구에 천착한 경제학자이면서 역사가다. 보스턴에서 태어났으며 1958년 UCLA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금융 권력기관의 도덕성을 강조한 그는 Fed의 공개시장 조작을 깊이 연구해 관련 논문을 많이 냈다. 1973년 멘토였던 칼 브루너 로체스터대 교수와 함께 예비공개시장위원회를 만들어 Fed의 분석 기능을 강화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2000년에는 미 의회에서 국제금융제도자문위원회(일명 멜처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세계은행(WB)과 국제통화기금(IMF)을 비난하는 보고서를 내놓기도 했다. 그는 이 보고서에서 “WB는 세계의 빈곤 문제를 해결하는 데 부적절하며 IMF는 세계금융 지배체제의 해결책이라기보다는 문제의 근원지”라고 꼬집었다.

2008년 이후 재정난에 빠진 그리스 스페인 등 남유럽 국가들이 위기를 극복하려면 한시적으로 북유럽 국가들과 환율을 다르게 적용해 수출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멜처 교수는 특히 세계 각국에서 갈수록 중산층이 줄어들고 소득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고 주장해 주목을 받은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그는 지난 수십년간 발전을 거듭해 온 한국 중국 멕시코에선 중산층의 성장과 소득분배 격차 축소가 이뤄지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들 국가에서 양극화가 감소한 요인은 국민과 기업들이 새로운 기술을 습득하고 생산성을 높였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멜처 교수는 오랫동안 세계 자유주의 경제학자들의 학술 모임인 몽펠르랭소사이어티(MPS) 회원이었으며 2012년 회장을 지냈다.

오춘호 선임기자 ohc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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