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날 야 4당 방문
'문재인표 소통' 시동
한국당에 간곡히 협조 요청
정우택 "안보불안 해소" 당부에 문재인 "함께 지혜를 모으겠다"
국민의당서 '같은 뿌리' 강조
문재인 "특별한 협력을 기대한다"…박지원 "협력에 방점두며 견제"
바른정당 주호영 원내대표 만나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
정의당 노회찬에겐 "계속 공조"
홍준표·안철수에 직접 전화 걸어 위로
[ 김채연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첫날인 10일 야당 4당 대표들을 직접 찾아가 ‘협치’를 강조하며 앞으로 국정 운영에 대한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했다. ‘여소야대’ 정국에서 안정적인 국정운영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국립서울현충원 참배를 마친 뒤 곧바로 여의도로 향해 야당 대표들을 차례로 만났다. 방문은 국회 의석 순인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정의당 순으로 이뤄졌다. 여당인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면담은 취소됐다. 야권과의 통합 행보에 방점을 둔 것으로 보인다.
◆야당 당사 방문
문 대통령은 여의도 내 한국당 당사를 가장 먼저 찾아 정우택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와 10분여간 면담했다. 현직 대통령이 야당 당사를 직접 찾은 것은 헌정 사상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면담은 과거 야당인 민주당 대표였던 문 대통령이 이제 국정 운영의 협조를 구하는 자리였던 만큼 양측은 덕담과 진심어린 조언을 나누면서도 미묘한 신경전을 벌였다. 정 원내대표는 먼저 문 대통령의 안보관과 관련, “이제 대통령이 되셨으니 불안한 안보 문제를 해소해달라”고 말했다. 그는 또 “훌륭한 인사들이 적재적소에 가는 인사가 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주문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남북관계, 안보문제, 한·미동맹 등 이런 부분은 한국당에서 조금 협력해준다면 잘 풀어나갈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며 “말로만 협력을 구하는 것이 아니라 중요한 사항들은 야당에도 늘 브리핑하고 공유해 나가도록 함께 지혜를 모으겠다”고 약속했다. 그러자 정 원내대표는 “대통령께서 야당 대표할 때보다 저희가 더 강한 야당이 될지도 모른다”며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박지원 “오늘은 굿모닝으로 시작”
문 대통령은 이어 국회로 이동해 국민의당 대표실을 찾아 박지원 대표와 만났다. 대선정국에서 문 대통령에 대한 강한 비판으로 하루를 시작한다고 해서 ‘문모닝’이라는 별명을 얻은 박 대표는 “오늘 아침은 굿모닝으로 시작한다”며 운을 뗀 뒤 “국민의당은 협력에 방점을 두면서도 야당이니 견제할 것은 견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협치를 통해 변화와 미래를 만들어 달라”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민주당과 국민의당은 다른 길을 걷고는 있지만 뿌리가 같다”며 “특별한 협력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늘 야당 당사, 지도부를 방문하는 게 이례적인 것이 아니라 앞으로 5년 내내 지켜 나가겠다”고 거듭 약속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바른정당 당 대표실에서 주호영 원내대표와 만나 “어려운 상황에서도 보수가 나아갈 길을 잘 제시해줬다고 생각한다”며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 도와줄 것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이어 “바른정당은 대통령의 국정수행을 적극 돕겠다”면서도 “안보 불안을 어떻게 해결할지 국민의 걱정이 없도록 고려해달라”고 주문했다. 주 원내대표는 특히 전임 박근혜 정부의 ‘불통’을 겨냥한 듯 “여당과의 소통만 잘돼도 국회에서의 소통은 대부분 잘되는 것 같다”며 소통을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마지막으로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와 만나 “정의당이 뜻을 이루지는 못했지만, 가치와 정책 지향을 국민에게 알리는 데 성공했다고 본다. 민주당과 정의당은 가치 영역에선 많은 부분을 공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 원내대표도 “정의당은 민주당과 ‘야당 공조’라는 이름으로 최대한 협력해왔다”며 “그 정신은 20대 국회 내내 여전히 견지될 것”이라고 화답했다.
문 대통령은 대선에서 경쟁한 각 당 후보들에게 위로의 메시지를 건넸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에게 먼저 전화를 걸어 “많이 고생하셨는데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와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전날 당선 윤곽이 드러난 뒤 문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축하 메시지를 전했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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