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선자들의 정치적 운명은
"선전했다" 평가받은 홍준표
당권 도전·차기 주자 입지 강화
정계개편 과정서 중심 역할 예고
기대 못미친 안철수 '정치적 위기'
패배 책임론…'2선 후퇴' 관측도
10일 향후 거취 관련 입장 표명
유승민 '개혁적 보수' 이미지 얻어
심상정, 진보정당 '최고 득표율'
[ 유승호 기자 ] 19대 대통령선거에서 낙선한 후보들의 앞으로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이들은 비록 낙선하긴 했지만 치열한 승부를 펼치면서 각자 일정한 정치적 지분을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각 당을 대표하는 차기 주자로 남아 앞으로 예상되는 정계 개편 과정에서도 중심 역할을 할 전망이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불리한 여건을 딛고 선전했다는 것이 당 안팎의 평가다. 이번 대선이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 이후 보수 진영에 절대적으로 불리한 상황에서 치러진 점을 감안하면 보수를 재건할 최소한의 기반은 지켰다는 것이다. 한국당에선 한때 선거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 득표율인 15%도 못 넘길지 모른다는 우려까지 나왔다. 홍 후보는 개표가 시작된 지 1시간 반 정도 지난 9일 밤 10시30분께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선거 결과를 수용하고 한국당을 복원한 데 만족하는 것으로 하겠다”고 말했다.
홍 후보는 당 대표에 도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홍 후보가 대선 과정에서 친박(친박근혜)계 핵심 의원들에 대한 징계를 해제하고 바른정당에서 탈당한 의원들을 일괄 복당시킨 것도 당권 경쟁을 염두에 둔 조치였다는 관측이 많다.
한국당 당권을 거머쥔다면 제1야당 대표로서 정부·여당과 각을 세우며 차기 대선주자로서 입지도 강화할 수 있다. 다만 홍 후보가 대선 과정에서 박 전 대통령이 무죄라고 주장하는 등 강경 보수 이미지를 굳힌 것은 앞으로의 행보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홍 후보에 이어 3위에 그치면서 정치적으로 큰 위기를 맞았다. 안 후보는 선거전 초반 문재인 대통령과 양강 구도를 형성했으나 TV토론에서 부진을 거듭하고 부인의 서울대 교수 특혜 채용 의혹 등 네거티브 공세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면서 결국 21%대 득표에 그쳤다.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지난달 17일 국회의원직까지 사퇴해 정치적 활동 기반마저 잃었다. 대선 패배 책임론에 휩싸이는 것은 물론 당분간 2선 후퇴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안 후보는 이날 밤 10시35분께 국회 헌정기념관에 마련된 개표상황실을 방문해 “국민의 선택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며 “대한민국의 변화와 미래를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할 것이냐’는 기자들 질문엔 “내일 말하겠다”고만 했다. 호남과 중도·보수층에서 일정한 지지세를 확인한 만큼 제2야당의 대표 주자로서 차기를 노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높은 득표율을 올리지는 못했지만 개혁적 보수 정치인이라는 이미지를 얻는 데 성공했다. 선거전 막판 수도권 젊은 층을 중심으로 기대 이상의 지지를 얻었다. 유 후보는 이를 바탕으로 자신을 ‘보수 적자’로 자리매김하며 차기 대선을 준비할 것으로 예상된다. 홍 후보와 득표율 격차가 컸던 데다 대선 과정에서 바른정당 의원 13명이 탈당해 소속 의원 20명의 미니 정당으로 전락한 점은 부담이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이번 대선의 ‘숨은 승자’로 평가받는다. 당초 기대한 두 자릿수 득표율엔 실패했지만 진보 정당 후보로서 역대 최고 득표율을 기록했다. TV토론에서 다른 후보를 능가하는 정책적 비전을 보여주면서 ‘합리적 진보 정치인’이라는 이미지를 얻었다. 정의당이 원내 6석의 소수 정당이라는 점은 한계로 지적된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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