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대권도전에서 무릎을 꿇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다시 한 번 가시밭길을 걷게 됐다. 지난해 4·13 총선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3당 체제를 만들었지만 대선에서 '안풍(安風)'을 대권으로 연결시키지 못했다. 차기 대권주자의 이미지를 굳혀 '삼수'에 도전할 것이란 관측과 정계를 떠날 것이란 관측이 동시에 나오고 있다.
안 후보는 총선 직후 유력 대선후보로 부상했으나 총선 홍보비 파동으로 지지율이 급락하며 3월 중순까지만 해도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0%를 넘지 못했다. 당내 경선을 통해 다시 '안풍'을 일으키는 데 성공하며 지지율 선두를 달리던 문 당선인과 양강구도를 형성했다.
하지만 TV토론을 거치며 지지율은 내리막길을 걸었다. 마지막 여론조사에서도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에 밀리며 제3 후보로 전락했다. 안 후보는 '뚜벅이 유세'로 막판 반전을 꾀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정치권 일각에선 이번 대선 패배 이후 안 후보가 정계에서 은퇴할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안 후보 주변에선 이 같은 주장을 일축하고 있다. 안 후보가 2012년 정치 입문 당시 "강을 건넜고, 건너온 다리를 불살랐다"며 직업 정치인으로서의 각오를 내비친 것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얘기다. 다만 대선 출마와 동시에 의원직에서 사퇴한 만큼 당장 정치활동을 할 수 있는 고리를 마련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안 후보는 9일 대선 패배를 승복 선언에서 "변화의 열망에 부응하기에는 많이 부족했다"면서 "대한민국의 변화와 미래를 위해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변화와 미래'를 기치로 정치인으로서의 길을 계속 가겠다는 의지로 해석할 수 있다.
안 후보 측은 비록 대권에 실패했지만 연대론에 흔들리지 않고 단일화 없이 대선을 완주한 것이 정치적 자산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대선 막판 '뚜벅이 유세'가 반향을 일으켰고 안 후보도 자신만의 정치 스타일을 개척한 만큼 '여의도 정치'가 아닌 '국민 속 정치'를 펼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해외에서 재충정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안 후보는 2012년 18대 대선에서 당시 문재인 후보와 단일화 과정에서 대선후보직을 양보한 뒤 대선 당일 미국으로 출국한 바 있다. 당시 안 후보는 "초심으로 돌아가 보답하는 방법이 무엇일지 깊이 고민해보겠다"고 말하고 떠난 뒤 83일 만에 귀국해 4·24 서울 노원병 보궐 선거에 출사표를 던졌다.
국민의당 상황도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안 후보가 사실상 창업주나 다름없는 국민의당이 정계개편의 소용돌이에 빠져들어 내상을 크게 입을 경우 안 후보의 정치 복귀는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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