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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고는 못 사는 승부사 김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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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남자애들과 딱지치기 해도 지지않고 마대자루로 쓸어왔죠"


[ 이관우 기자 ] “어렸을 때 남자애들과 딱지치기를 하면 마대로 딱지를 쓸어오곤 했어요.”

김세영의 아버지 김정일 씨(55)는 어버이날 ‘우승 트로피’를 선물한 기특한 딸을 이렇게 기억했다. 태권도장을 운영한 그는 김세영에게 ‘지고는 못 사는’ 승부사 기질을 일찌감치 발견했다. 태권도와 골프에 입문하도록 권한 것도 그였다.

김세영도 이런 자신을 잘 안다. “긴박한 상황이 연출되면 심장이 쫄깃거리는 느낌이 들고, 아드레날린이 솟는 것 같다”는 것이다. 승부에 압도당하지 않고 승부 자체를 즐긴다는 얘기다. 국내 투어(KLPGA) 5승 중 두 번, 미국 무대(LPGA) 6승 중 세 번 등 국내외 통산 11승 가운데 5승이 매치 플레이 방식과 비슷한 연장전 승리였다. 연장 5전 전승, 연장불패 신화를 쓸 수 있던 비결을 그의 강한 승부기질에서 찾는 배경이다. 상대방이 강할수록 오히려 솟아나는 ‘승부 에너지’를 다스려야 할 정도였다. 김씨는 “흥분하는 기를 다스리려면 빨간색을 가까이 해야 한다는 지인의 권유로 빨간색 옷을 입기 시작했다”고 귀띔했다. 김세영 역시 “나의 유일한 적은 나 자신인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오랫동안 수련한 태권도 역시 맞짱승부에 강한 면모를 갖추는 데 도움이 됐다. 김씨는 “상대방의 수를 읽어 맞받아쳐야 하는 게 겨루기”라며 “상대와의 치열한 기싸움을 해야 하는 매치플레이가 겨루기와 닮은 것 같다”고 말했다.

2011년부터 사사한 이경훈 코치가 미국으로 날아가 1주일간 퍼팅 스트로크 개선 등 ‘특훈’을 해준 것도 힘이 됐다. 김세영은 “온 가족의 목표였던 올림픽에서 노메달에 그친 뒤 슬럼프가 찾아왔다”며 “특히 잘되던 퍼팅이 흐트러져 스트레스가 심했는데 코치님의 도움으로 예전의 감을 찾았다”고 말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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