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2,454.48

  • 1.43
  • 0.06%
코스닥

675.84

  • 2.35
  • 0.35%
1/3

[시사이슈 찬반토론] 쌀 재배 농가에 정부가 보조금 계속 줘야 하나

페이스북 노출 0

핀(구독)!


글자 크기 설정

번역-

G언어 선택

  • 한국어
  • 영어
  • 일본어
  • 중국어(간체)
  • 중국어(번체)
  • 베트남어


통계청이 지난달 24일 발표한 ‘2016년 농·어가 경제조사’를 보면 눈길 끄는 대목이 있다. 농가의 평균소득이 2011년 이후 5년 만에 전년도보다 떨어진 와중에 ‘이전소득’은 11%가량 증가한 것이다. 특히 쌀 재배로 인한 농가소득이 14%가량 줄어든 반면 정부의 각종 보조금은 늘어나 농민들의 소득 보전에 기여했다. 이로 인해 정부 보조금에 과도하게 기대어온 쌀농업 정책을 근본적으로 바꾸어야 한다는 주장이 다시 나왔다. 보조금의 부작용이 뻔히 드러나는 판에 쌀재배 농가에 대한 정부의 보조 제도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까.

○ 찬성

“쌀은 단순 교역 이상의 의미, 수출로 번 돈으로 보상해야”

쌀은 ‘식량안보론’ ‘식량주권론’의 출발점이다. 식량자원 확보가 국가 유지의 필수조건이라면, 쌀의 자급은 그 출발선이라는 관점이 쌀에 대한 다양한 정부 보조금을 정당화시켜왔다. ‘쌀 주권론’이다. 평화시대에는 식량자원도 다른 공산품처럼 똑같이 국제적으로 자유롭게 교역이 되지만 과거 냉전시대처럼 국가 간, 국제 진영 간 대립과 갈등이 첨예화되면 식량자원의 거래가 원활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감이 깔려 있다. 돈이 있어도 식량은 구할 수 없는 상황이 빚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에너지 파동이 일어났을 때나 중동전쟁 발발 시기에 석유의 수입물량 확보 자체가 어려웠던 것에 비유된다.

또 다른 시각은 쌀에 대한 한국인들의 유별난 집착에서 비롯됐다. 흔히 ‘밥은 생명’ ‘쌀=신토불이(身土不二)’와 같은 구호에서 드러나는 수천년 된 전통적 주식 관념이다. 먹을거리가 다양해져도 근본은 밥이요, 쌀이라는 해묵은 관념이다. 그러니 비용이 더 들어도 쌀농사만은 보호해야 하고, 쌀 경작지만은 지켜야 한다는 논리다. 이 문제에서만큼은 국제적 교역원리, 비교우위에 따른 수입 논리가 먹혀들지 않는다. 경제적 관점으로 볼 수 없는 가치가 돼버렸다.

한국이 수출로 먹고 사는 만큼 수입 확대도 필연적이지만, 농민들은 수출 확대에 따른 직접 수혜층이 아니므로 그에 따른 보상을 해줘야 한다는 논리는 정치적인 관점이다. 수출의 덕을 누리는 공업부문에서 이익(세금)으로 농민을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이 그래서 나온다. 국회를 비롯한 정치권이 이런 논리를 받아들이며 쌀농업에 대한 다양한 보조가 계속되고 있다.

○ 반대

“쌀 남아도는데 막대한 돈 지원과잉보호로 농업 경쟁력 후퇴”

2016년도 고가수매, 직불제 등 쌀농업 지원에 들어간 나랏돈이 5조원을 넘는다. 농림축산식품부 예산 14조4000억원 가운데 3분의 1을 넘는다. 이런 막대한 지원이 매년 되풀이되지만 쌀농민들의 형편은 나아지질 않고 있다. 1980년 132㎏이었던 1인당 국내 쌀소비량이 2015년 63㎏으로 줄어들 정도로 쌀소비 자체가 줄어들었다. 결국 쌀은 풍년이 들면 더 골치 아픈 품목이 됐다. 그런데도 국제 시세보다 훨씬 비싼 값으로 정부가 매년 쌀을 수매해왔다. 하지만 이제는 더 보관하기조차 어려울 정도로 재고량이 넘쳐난다.

더구나 쌀농업과 경작지는 무조건 지켜야 한다는 ‘쌀 원리주의’ 때문에 시장 개방의 시기를 놓친 채 국제시장에서 매년 41t가량의 외국쌀을 의무적으로 수입해야 한다. 그 결과 쌀 재고량은 사상 최대 수준인 200만t으로 늘어났다. 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10만t의 재고물량을 관리하는 데만 연간 316억원 정도가 들어간다. 쌀값 하락은 지극히 당연한 상황인데도 정부가 막대한 예산으로 매년 쌀을 수매해 가격을 유지하고 그런 제도에 기대 쌀경작은 계속된다.

정부의 농업 보조금 갈래가 워낙 다양해 정확한 통계도 없는 지경이지만 1995~2015년에 농업 보조금이 200조원을 넘어섰다는 분석도 있다. 천문학적인 지원에도 한국의 농촌과 농업 경쟁력이 나아졌다는 증거는 없다. 농가소득이 뒷걸음질쳤다는 통계청 발표가 그렇다. 과잉보호로 더 많은 보조금을 달라는 요구만 커지는 게 현실이다. 과학농업을 받아들이며 농업을 산업화하고 개방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 그래야 농민도 산다.

○ 생각하기

"쌀도 성역일 수 없어…농업도 수출산업으로 나가야"

‘농자천하지대본’ 같은 중세적 사고관에서 벗어나야 한다. 쌀이 남아도는데도 매년 1조원씩의 직불금을 지급해서는 궁극적 경쟁력을 갖출 수가 없다. ‘농업은 개방 예외지대’라고 무조건 신성시하면서 피하기만 할 게 아니다. 반대로 고가화 전략을 통한 ‘한국 농산물의 수출산업화’로 나아가야 한다. 보조금 일괄 폐지라는 충격적인 조치로 고사 위기의 농업을 세계적 수준으로 발전시킨 뉴질랜드의 개혁 사례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정치권도 농민표나 의식해서는 발전이 안 된다. 쌀은 성역이라는 도그마를 깨는 게 중요하다. 보조금 의존형으로는 독립적 미래산업으로 발전하기가 어렵다.

허원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huhws@hankyung.com


- 염색되는 샴푸, 대나무수 화장품 뜬다

실시간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