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살기로 결심한 24살 과부
사랑을 가슴에 묻고
떠나는 사랑손님
아빠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옥희
세 사람 모두 아쉬움과 아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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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사람의 마음이 되어 읽어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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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작이나 고전으로 불리는 작품은 시대와 공간을 초월하여 오랫동안 읽힌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여섯 살 난 여자아이가 화자로 등장하여 이야기를 엮어가는 이 작품은 감상 포인트가 다양하다. 영악해 보이지만 어린아이인 화자의 시선을 통해 작가는 시침 뚝 떼고 하고 싶은 말을 하며 상상력을 폭발시킨다. 아이를 낳기도 전에 남편을 잃은 스물네 살 과부 옥희 어머니의 입장이 되고 보면 화병이 날지도 모르겠다. 사랑을 두고 떠나는 남자가 되면 가슴이 무지근해질 듯하다. ‘비겁’이라는 단어를 떠올릴지도 모르지만.
암울한 시대에도 사랑은 꽃피기 마련이다. 《사랑손님과 어머니》가 보여주는 사랑은 모성애와 이뤄지지 못한 남녀의 사랑이라는 두 줄기가 교차하며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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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옥희 메신저’를 어떻게 활용하여 사랑을 확장시키고 갈등을 유발하는지, 등장인물들의 동선을 어떤 식으로 조정하는지, 잘 살펴보면 소설작법을 저절로 익힐 수 있다.
옥희 어머니와 사랑손님의 감정이 미묘하게 얽히기 시작할 때 옥희가 유치원에서 가지고 온 꽃을 아저씨가 줬다고 거짓말을 하면서 소설은 절정으로 치닫는다. 어머니는 뚜껑을 닫아두었던 풍금을 열어 연주를 하고, 사랑손님은 밥값을 넣은 봉투에 쪽지를 동봉한다. 어머니는 고심 끝에 손수건에 ‘발각발각하는 종이’를 넣어 옥희 손에 들려 보낸다. 얼마 후 사랑손님이 떠날 때 그가 쓴 편지와 어머니의 답장에 무슨 내용이 담겼는지 짐작할 수 있다.
길에서 마주친 유치원 동무들이 “옥희가 아빠하고 어디 갔다 온다”고 했을 때 아저씨가 정말 아빠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옥희의 소망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얼굴이 자주 새빨갛게 되었던 어머니가 장롱에서 아버지 옷을 꺼내 손으로 쓸어보며 “옥희만 있으면 된다”고 말할 때 창창한 세월 생각에 괜스레 독자들의 가슴이 답답해진다.
사랑보다 ‘시선’이 중요했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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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채 심부름을 도맡게 된 외삼촌이 툴툴거리는 말을 보면 어머니가 지나치게 자신을 억제한 것 아닌가 하는 아쉬움도 든다. 외출하려던 외삼촌은 상을 내가야 하는데 나가면 어떡하냐고 타박하는 어머니에게 “누님이 좀 상을 들고 나가구료. 요새 세상에 내외합니까?”라고 말한다.
《사랑손님과 어머니》는 영화와 TV드라마로 제작되어 여러 차례 상영되었다. 옥희의 장래를 생각하며 평생을 혼자 살기로 결심하는 스물네 살의 과부, 사랑을 가슴에 묻고 떠나는 사랑손님, 아빠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옥희. 세 사람 모두에게 아쉬움과 아픔을 안긴 채 끝 맺은 《사랑손님과 어머니》가 지금도 우리들에게 많은 질문과 생각을 던지기 때문일 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