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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표류기] 연휴 속앓이‥쉬는 청년, 못 쉬는 청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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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공감 '청년 표류기' 14회

"사장님도 몰라요, 클라이언트만 알죠"
"남들 쉴 때 쉬고 싶은게 사람 마음"
"4년째 늘 부러운 건 어쩔 수 없네요"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엔 비행기 표 자랑이나 여행 일정 공유 글이 넘쳐요. 다들 연휴에 들떠있어요. 전 연휴 땐 SNS 일체 하지 않을 겁니다.”

5월1일 근로자의 날을 시작으로 석가탄신일(3일),어린이날(5일), 19대 대선(9일)까지 징검다리로 이어지는 연휴 앞두고 강모 씨(30)는 울적한 기분을 떨칠 수 없다. 휴가 두번이면 최장 2주를 쉴 수 있는 연휴라지만, 첫 징검다리 돌인 ‘근로자의 날’부터 출근이다. 근로자이지만 일하는 근로자다.

“당장 연휴 시작인데 빨간 날 쉴 수 있는지도 몰라요. 사장님도 몰라요. 클라이언트만 알겠죠.”

서울 디자인 회사를 다니는 3년차 디자이너 성모 씨(26)는 연휴 계획 자체가 없다. 출근을 해야하는지, 말아야하는지 정해지지 않았다. 성 씨 출근 여부는 계약 발주사인 대기업 담당자의 마음에 달렸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 주 대기업 하청 프로젝트를 전면 수정키로 했다"며 “연휴는 커녕 다음 주 공휴일(3일, 5일)에도 출근할 가능성이 크다”고 하소연 했다.

클라이언트 지적 사항은 ‘느낌이 살지 않는다’였다. 성 씨 회사는 흔히 ‘에이전시’라 불린다. 대기업에도 인하우스(회사 내부) 디자이너가 있지만 기획 단계에서 완성까지 에이전시라는 하청 업체를 자주 이용한다. 에이전시 주 고객, 소위 갑(甲)인 셈이다.

성 씨는 “사장이 ‘힘’이 없으니, 일정 조율이나 프로젝트 축소는 엄두도 못 낸다” “디자인은 제조업처럼 정량적 일이 아니라 작업에 시작은 있어도 끝이 없는 경우가 많다”고 토로했다.

성 씨는 스스로를 ‘만성출근불안’에 시달리는 직장인이라 칭했다. 전날 출근 연락을 받거나, 당일 새벽 출장 일정을 통보받기도 한다. 유명 기업의 하청 작업일수록 에이전시에겐 좋은 포트폴리오가 된다. 대기업은 장기적인 회사의 성장 발판이자 끝까지 붙들어야하는 고객이다. 성 씨는 “에이전시는 고객을 가려 가면서 일한다"며 "30대 대기업 같이 큰 고객일수록 눈치를 더 보고, 무리를 한다”고 귀띔했다.


“쉰다고 말이 없네요. 아무 말 없으면 출근이란 뜻이죠. 아직 납품 물량이 쌓여있으니. 당연하다는 듯 일해야죠."

경남의 한 가구 공장에서 1년 째 아르바이트 중인 정모 씨(25)도 이번 연휴 중 대부분을 공장에서 보내야한다. 일은 고되지만 다른 아르바이트에 비해 더 번다. 연고(緣故)도 없는 이 곳 공장 기숙사가 그의 집이다.

“일 힘든 건 각오하고 왔는데, 남들 쉴 때 쉬고 싶은게 사람 마음이죠.”

황금연휴, 오랜만에 고향 친구들 보려 했지만 다 틀어졌다. 야근과 주말 출근에 익숙한 그도 이번 연휴 출근은 좀 속이 쓰리다. 불과 한 달 전만해도 연휴 때 쉬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하지만 최근 새 납품계약을 따내면서 연휴 계획은 물거품이 됐다.

정 씨는 “당장 1일부터 연달아 해야할 야근이 불보듯 뻔하다”며 "차라리 약속이라도 안 잡았으면 덜 서운했을 텐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근로기준법에 따라 휴일 출근시 받을 1.5배치 일당도 서운함 마음을 달래진 못할 듯 했다.

정 씨가 다니는 공장은 2차 하청이다. 1차 하청이 대기업 등에서 받은 물량 중 일부를 다시 재하청을 받는 곳이다. 2차 하청이라 일거리가 항상 풍족치 못하다. 수지 맞는 물량이 아니라도, 하청 물량이 생기면 빼먹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정 씨를 포함한 대부분 근로자들도 휴가를 쓰지 못하고, 정상 출근할 예정이다.


“남들 노는 날이 제일 바쁜 날이에요. 서비스업이라 당연하다고 4년째 생각하지만 늘 부러운 건 어쩔 수 없네요.”

외국인 관광 여행사에 다니는 김모 씨(29)도 황금연휴가 달갑지만은 않다. 근로자의 날부터 대선 날까지 처리해야할 업무가 산더미다. 주업무는 ‘호텔 수배’. 외국 큰 여행사가 패키지 여행 일정을 잡아 통보하면, 관광객 동선에 맞춰 국내 호텔을 예약하는 일이다. 관광객 불만이나 일정 변동에 즉각 대응해야 하는 것도 김 씨 업무다.

5월1일 근로자의 날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가까운 중국, 대만, 말레이시아 등도 공휴일이다. 사드 배치 문제로 발길을 끊은 중국 대신 요즘은 대만 관광객이 늘고 있다. 이번 근로자의 날에도 단체 대만 관광객이 서울로 들어온다. 김 씨는 황금연휴 기간에도 호텔과 관광지를 오가며 일해야 한다. "남들처럼 놀 때 놀고, 일할 때 일하는게 마음이 편하다"고 했다.

김씨가 연휴에도 일하는 이유는 '사람'이 없어서다. 그는 올해 초 규모가 큰 여행사에서 작은 여행사로 이직했다. 대형 여행사는 부서와 직군이 세분화해있어 연휴를 쉬는 부서도 많다. 하지만 소형 여행사는 개인직원 위주로 계획 전반을 끌어가야한다. 휴일이든 평일이든 일감 있는 날은 전혀 쉴 수가 없다.


지난 23일 중소기업중앙회가 중소제조업체 250개를 조사한 결과 5월 2일, 4일, 8일 중 하루 이상 쉬겠다고 답한 회사는 절반에 불과했다. 세 곳 중 한 곳(30.4%)은 휴무계획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5월1일 근로자의 날 근무한다는 곳도 34.1%나 됐다.

에이전시 디자이너 성 씨, 가구 하청공장 직원 정 씨, 소규모 여행사 직원 김 씨 등 20대 청년들이 일하는 황금연휴(4월28일~5월9일)동안 인천국제공항 이용객은 약 197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지난해 5월보다 기간보다 11% 늘어난 수치다. 친구와 연인과 가족과 함께 여유롭게 해외로, 국내로 여행하는 인파는 인산인해를 이룰 전망이다.

# ‘청년 표류기’ ? 세상과 사회라는 뭍에 무사히 닿기 위해 표류하는 우리네 청춘의 이야기입니다. 청년과 소통하기 위해 명함 대신 손을 내밀고, 넥타이 대신 신발 끈을 묶습니다. 여러분의 '청년 표류기'를 공유해주세요. 뉴스래빗 대표 메일이나 뉴스래빗 페이스북 메시지로 각자의 '표류 상황'을 알려주세요. 함께 고민하고 해결하는 과정을 기록하겠습니다.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책임= 김민성, 연구= 이재근 한경닷컴 기자 rot011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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