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들 '섀도 캐비닛' 경쟁
[ 서정환 기자 ] ‘5·9 장미대선’을 불과 열흘 남겨두고 주요 대선후보 간 섀도 캐비닛(예비내각) 경쟁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구체적인 실명까지 공개하진 않았지만 국무총리 인선을 포함해 내각 구성 원칙을 잇따라 제시했다.
◆문재인·안철수, 협치와 통합 방점
문 후보와 안 후보는 28일 누가 대통령이 되든 여소야대를 피할 수 없는 현재 상황을 반영해 ‘협치’와 ‘통합’에 기반을 둔 정부 구성 의지를 밝혔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없이 새 정부가 출범하는 만큼 집권 초기 총리와 장관 임명에서 야당과 마찰을 최소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문 후보는 ‘대탕평’의 원칙 아래 ‘호남 총리’를 선임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문 후보는 전날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차기 총리로) 염두에 둔 분이 있다”며 “제가 영남 출신인 만큼 초대에는 적어도 영남이 아닌 분을 모시겠다”고 말했다. 당 안팎에서는 광주 출신인 김상곤 전 경기교육감을 차기 국무총리로 내정했다는 얘기가 있다.
안 후보는 국회 의사를 존중하는 ‘국회 추천 총리’ 방식을 제시했다. 안 후보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개혁공동정부의 협치를 위해선 여야 정당의 협조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책임총리 지명을 정당들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하면서 원내교섭단체 대표가 합의해 추천하면 그에 따르겠다”고 밝혔다. 김종인 전 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가 이날 안 후보 지지를 선언하면서 본인 의사와는 무관하게 ‘김종인 총리설’도 힘을 얻고 있다.
두 후보는 모두 총리의 장관 제청권을 최대한 보장하는 ‘책임총리제’를 실현하기로 했다. 다만 내각 구성 방식에는 미묘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문 후보 측은 국민추천제를 도입해 언론, 인터넷 등으로부터 통합정부 합류 인사를 공개 추천받는 형식을 염두에 두고 있다. 당을 떠나 유능한 외부 인사까지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용광로형 정부’ 구상이다. 다만 탄핵 반대세력은 통합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해 자유한국당 인사들은 배제되는 분위기다.
안 후보 측은 상대방 캠프 인물까지 포함하는 ‘오픈 캐비닛’ 구상을 밝히고 있다. 안 후보는 이날 회견에서 “원칙을 분명히 말씀드린 대로 전 탄핵 반대세력과 계파 패권주의 세력과는 함께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민주당 친문(친문재인) 진영도 배제 대상에 포함한 셈이다. 안 후보는 ‘한국당도 협치 대상이냐’는 질문에 “제가 집권하면 지금의 정당 의석수는 아무런 의미가 없어질 것”이라며 여지를 남겼다.
◆홍준표의 내각구성안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도 이날 섀도 캐비닛 구상을 밝혔다. 홍 후보는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와의 간담회를 마친 뒤 기자들에게 “국무총리는 충청 인사 한 분과 영남 인사 한 분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청와대 안보실장은 한미연합사 대장 출신을 영입해 한·미동맹을 더욱 강화하고, 법무부 장관은 정치색이 없는 강력부 검사 출신에게 맡기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홍 후보는 “강력부 검사 출신 중 호남 출신이 많다”며 호남 인사 등용 가능성을 높였다. 그는 “역대 영남 정권에서 법무부를 호남 인사에게 준 일이 없다”며 지역을 뛰어넘는 인사라는 점을 강조했다.
국방부 장관에는 이례적으로 육군 제1야전군사령관 출신인 박정이 한국당 상임중앙선대위원장의 실명을 거론했다. 홍 후보는 “교육부총리의 경우에는 전교조를 제압할 수 있는 보수우파 인사 중에서 지금 교섭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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