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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훈 변호사의 바른 상속 재테크] (12) 상속포기신고하고 수리되기 전에 상속재산 처분하면 상속을 승인한 것으로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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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6. 12. 29. 선고 2013다73520 판결>

1. 사실관계

망 A(이하 ‘망인’이라 한다)는 원고에 대해 5,000만원 상당의 대여금채무를 부담하고 있었다. 망인이 2011. 12. 27. 사망하자, 망인의 아내인 피고를 포함한 상속인들이 2012. 1. 26. 수원지방법원에 망인의 재산상속을 포기하는 내용의 상속포기 신고를 하였고, 위 법원이 2012. 3. 14. 그 신고를 수리하는 심판을 하였다. 한편 망인은 생전에 B운수회사에 6대의 화물차량을 지입하여 실질적으로 소유하고 있었다. 피고는 위 상속포기 수리심판일 이전인 2012. 1. 30. B운수회사로 하여금 위 지입차량을 폐차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매도하도록 한 후 2012. 2. 6. B로부터 그 대금 2,730만 원을 수령하였다. 그리고 피고는 그 돈으로 망인이 C생명보험회사에 대해 부담하고 있던 대출금채무를 변제하였다. 그러자 원고는 피고가 망인의 위 대여금채무를 상속하였다고 주장하면서 피고를 상대로 이 사건 대여금반환청구의 소를 제기하였다.

2. 판결요지

민법 제1026조 제1호는 상속인이 상속재산에 대한 처분행위를 한 때에는 단순승인을 한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상속의 한정승인이나 포기의 효력이 생긴 이후에는 더 이상 단순승인으로 간주할 여지가 없으므로, 이 규정은 한정승인이나 포기의 효력이 생기기 전에 상속재산을 처분한 경우에만 적용된다. 한편 상속의 한정승인이나 포기는 상속인의 의사표시만으로 효력이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가정법원에 신고를 하여 가정법원의 심판을 받아야 하며, 심판은 당사자가 이를 고지받음으로써 효력이 발생한다. 이는 한정승인이나 포기의 의사표시의 존재를 명확히 하여 상속으로 인한 법률관계가 획일적으로 처리되도록 함으로써, 상속재산에 이해관계를 가지는 공동상속인이나 차순위 상속인, 상속채권자, 상속재산의 처분 상대방 등 제3자의 신뢰를 보호하고 법적 안정성을 도모하고자 하는 것이다. 따라서 상속인이 가정법원에 상속포기의 신고를 하였더라도 이를 수리하는 가정법원의 심판이 고지되기 이전에 상속재산을 처분하였다면, 이는 상속포기의 효력 발생 전에 처분행위를 한 것이므로 민법 제1026조 제1호에 따라 상속의 단순승인을 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 피고가 상속포기 신고를 한 후 B로 하여금 위 화물차량들을 폐차하거나 매도하게 하여 그 대금을 수령함으로써 상속재산을 처분한 것은 피고의 상속포기 신고를 수리하는 법원의 심판이 고지되기 이전이므로, 민법 제1026조 제1호에 따라 상속인인 피고가 상속의 단순승인을 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3. 해설

가. 법정단순승인의 사유와 근거

피상속인이 사망한 후 상속인이 상속포기나 한정승인이 아닌 단순승인을 하면 상속인은 피상속인의 모든 권리와 의무를 제한 없이 승계한다(민법 제1025조). 그런데 민법은 상속인이 명시적으로 단순승인의 의사를 표시하지 않은 경우에도 일정한 사유가 있을 경우 단순승인을 한 것으로 의제한다. 이를 법정단순승인이라 한다. 실제 상속인이 명시적으로 단순승인을 하는 경우는 거의 찾아볼 수 없고, 이러한 법정단순승인 사유에 해당함으로 인해 단순승인의 효과가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민법이 정하고 있는 법정단순승인 사유는 다음과 같다(제1026조).

① 상속인이 상속재산에 대한 처분행위를 한 때

② 상속인이 제1019조제1항의 기간 내에 한정승인 또는 포기를 하지 아니한 때

③ 상속인이 한정승인 또는 포기를 한 후에 상속재산을 은닉하거나 부정소비하거나 고의로 재산목록에 기입하지 아니한 때

법정단순승인 사유 중 제1호와 제2호의 근거는 상속인의 추정적 의사이고, 제3호는 부정행위 내지 배신행위를 한 상속인에 대한 제재라고 이해된다.

나. 상속포기신고를 하고 수리되기 전에 상속재산을 처분한 행위의 효력

민법 제1026조 제1호는 상속인이 한정승인 또는 포기를 하기 이전에 상속재산을 처분한 때에만 적용되는 것이고, 상속인이 한정승인 또는 포기를 한 후에 상속재산을 처분한 때에는 그것이 같은 조 제3호에 정한 상속재산의 부정소비에 해당되는 경우에만 상속인이 단순승인을 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대법원 2004. 3. 12. 선고 2003다63586 판결).

그렇다면 상속인이 한정승인 또는 포기의 신고를 하였는데 아직 이를 수리하는 가정법원의 심판이 있기 전에 상속재산을 처분하였다면 제1호에 해당될까? 바로 이 사건의 문제이다. 대법원은 포기의 효력이 발생하기 이전에 상속재산을 처분한 경우에는 제1호에 해당된다고 판시하였다. 한정승인이나 포기의 의사표시의 존재를 명확히 하여 상속으로 인한 법률관계가 획일적으로 처리되도록 함으로써 제3자의 신뢰를 보호하고 법적 안정성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포기의 효력이 발생하기 이전에 처분하는 것을 제1호에 의해 단순승인으로 의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1심판결과 항소심판결은 이와 반대되는 결론에 이르렀는데, 특히 항소심은, 상속인이 상속포기 신고를 한 이상 그 신고를 수리하는 심판이 있기 전에 상속재산을 처분하였더라도 민법 제1026조 제1호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피고가 B에게 위 화물차량들을 폐차하거나 매도하게 하여 그 대금을 수령한 시점이 피고가 상속포기 신고를 한 이후이므로, 단순승인을 한 것으로 간주되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서울남부지방법원 2013. 9. 6. 선고 2013나5201 판결).

법정단순승인의 제도목적 내지 근거에 비추어 볼 때, 대법원 판결에는 찬성하기 어렵다. 제1026조 제1호는 상속인의 추정적 의사에 근거한 것이다. 이 사건 피고는 상속포기신고를 함으로써 단순승인을 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표현하였다. 이처럼 피고가 상속을 받지 않겠다는 의사를 명백히 한 이상 제1호에 따라 단순승인으로 의제할 수는 없다. 상속포기신고를 하고서도 포기의 의사에 반하여 상속재산을 처분한 경우에는 그것이 제3호의 부정소비에 해당될 때 그에 따라 단순승인으로 의제하면 된다. 만약 피고의 처분행위가 부정소비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제3호에 따른 단순승인도 의제할 수 없다.

다. 피고의 행위가 부정소비에 해당할까?

만약 피고의 처분행위가 제1호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제3호의 부정소비에 해당되어 단순승인으로 의제될 수 있을까? 제3호에서 말하는 '상속재산의 부정소비'라 함은 정당한 사유 없이 상속재산을 써서 없앰으로써 그 재산적 가치를 상실시키는 행위를 의미한다. 그리하여 판례는, 상속인이 상속재산을 처분하여 그 처분대금 전액을 우선변제권자에게 귀속시킨 것은 상속재산의 부정소비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고 하였다(대법원 2004. 3. 12. 선고 2003다63586 판결). 이렇게 볼 때 피고가 지입차량의 처분대금으로 망인의 대출금채무를 변제한 것은 부정소비라고 볼 수 없다. 따라서 피고의 행위는 제3호의 법정단순승인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만약 이러한 처분행위로 인해 피고가 어떤 이익을 얻은 것이 있다면 원고는 피고를 상대로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할 수는 있을 것이다. 예컨대 이 사건에서 피고가 망인의 C생명보험회사에 대한 대출금채무를 변제함으로써 보험금청구권을 취득하게 되었다면 그 한도 내에서 원고는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할 수 있다. 이처럼 상속인이 한정승인 또는 포기신고를 하고 그것이 수리되기 전에 망인의 상속재산을 처분한 행위가 제3호의 부정소비에 해당되지 않더라도 상속채권자는 그 상속인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나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통해 구제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굳이 포기신고까지 한 상속인의 처분행위를 제1호에 포함시켜야 할 불가피한 현실적 필요성은 별로 없을 것이다.



김상훈 <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 법학박사 >

학력

1. 고려대학교 법과대학 졸업
2. 법학석사(고려대학교) : 민법(친족상속법) 전공
3. 법학박사(고려대학교) : 민법(친족상속법) 전공
4. 미국 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 Law School 졸업(Master of Laws)
5. 서울대학교 금융법무과정 제6기 수료

경력

1. 제43회 사법시험 합격
2. 사법연수원 33기 수료
3.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 : 친족상속법, 신탁법 담당
4. 서울지방변호사회 증권금융연수원 강사 : 신탁법 담당
5. 법무부 민법(상속편) 개정위원회 위원
6. 대한변호사협회 성년후견연구위원회 위원
7. 금융투자협회 신탁포럼 구성원
8. 한국가족법학회 이사
9. 한국성년후견학회 이사
10. 상속신탁연구회 부회장
11. 법무법인(유한) 바른 구성원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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