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이니·콜드플레이 이어 스팅 콘서트 티켓도 '하늘의 별따기'
온라인 장터는 '무법지대'
예매 때 '매크로' 악용해 매집
매진 뒤 '수십배 웃돈'에 거래
바가지·먹튀에 소비자만 골탕
시대 못쫓아가는 암표 규제
현장 암표와 달리 제재 못해
단속·처벌법안 쏟아져 나와도
논의 지지부진…국회서 '낮잠'
[ 황정환 기자 ]
공연티켓 예매 사이트 인터파크에서 25일 낮 12시에 영국 팝스타 스팅 내한 콘서트 예매가 시작됐다. 총 400석 표가 모두 팔리는 데 걸린 시간은 불과 30초. 스팅 팬인 기자도 예매에 참여했지만 ‘결제 정보 입력’ 단계까지 도달도 하지 못했다. 예매 직후 채 30분이 안 돼 한 중고 티켓 거래 사이트엔 “스팅 티켓을 판다”는 글만 20여건 올라왔다. 상당수 판매자가 가격을 밝히지 않은 채 연락처나 익명채팅방 주소를 올렸다. 주최 측은 1인당 두 장으로 예매 인원을 제한했지만 6~8장씩 표를 파는 사람도 눈에 띄었다. 접촉해 보니 장당 25만원짜리 티켓을 최대 50만원까지 불렀다.
‘예매 전쟁’은 지난 15~16일 내한 공연을 펼친 영국 록그룹 콜드플레이 때도 극성을 부렸다. 지난해 말 온라인 예매 당시 4만5000장 티켓이 단 2분 만에 매진됐다. 이어 중고티켓 시장에 풀린 암표는 4만4000원짜리 최저가 석이 10배 수준인 40만~50만원에 거래됐다. 가수를 눈앞에서 볼 수 있는 ‘명당석’(정가 15만4000원) 값은 200만원대까지 치솟았다.
화살은 예매 정보를 자동으로 입력해주는 컴퓨터 프로그램(매크로)을 활용하는 온라인 암표상들에게 쏠린다. 주최 측이 1인당 2장, 4장 등으로 표 매집을 제한하지만 이들은 여러 사람의 개인정보를 암시장에서 사들여 복수 아이디를 개설하는 방식으로 빠져나간다. 지난해 8월 가수 샤이니 콘서트 티켓 320장을 매집해 암표로 팔다 경찰에 적발된 사례가 잘 보여준다.
매크로의 폐해가 크지만 처벌은 어렵다. 매크로는 예매 정보를 일일이 입력하는 수고를 덜어줄 뿐 불법 해킹 등과는 다르다. 과도한 트래픽으로 예매 사이트를 마비시키는 수준이라면 업무방해죄가 적용될 수 있지만 이런 사례는 드물다. 경찰 관계자는 “매크로를 활용한 매점매석은 소비자의 예매 기회를 박탈하는 시장교란 행위로 볼 수 있지만 명확한 법적 근거가 없어 단속이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온라인 암표상에 맞서 예매 성공률을 높이려는 일반 소비자의 ‘자구 노력’도 눈물겹다. 예매 전 자신의 PC와 서버 시간을 맞추는 것은 기본이고 결제 단계 축소를 위해 카드 할인 혜택을 과감히 포기한 채 무통장입금을 선택하기도 한다.
행사 주최 측은 자체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지만 해결책이 마땅찮다. 스팅 콘서트 주최사인 현대카드 측은 온라인 암표 판매를 막아달라는 민원이 빗발치자 본인 외에는 현장에서 티켓을 수령할 수 없도록 정책을 바꿨다. 하지만 티켓을 일단 받은 뒤 양도하는 데 대해선 막을 방도가 없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사정은 복잡한데도 규제 법령은 사실상 없다. 경범죄처벌법은 현장에서 암표를 거래하는 행위에 대해 2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하지만 온라인 거래에 대한 제재조항은 아예 없다. 국회에서 온라인 암표를 근절하기 위한 입법 움직임이 있지만 지지부진하다.
윤영석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 6일 매크로를 활용한 암표 판매에 최대 1000만원의 벌금을 매기는 공연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매크로로 부당 이득을 취한 경우 형사처벌한다는 내용의 정보통신망법 개정안도 심사 중이다.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송기석 국민의당,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도 각각 매크로를 활용한 암표 거래를 경범죄처벌법으로 규제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매크로 사용이 공정 경쟁을 저해하는 만큼 이를 규제할 필요는 있다”면서도 “조직적인 암표 거래 목적에 한해 제한적인 법 적용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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