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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언호 한길사 대표 "인문·예술 토론 공간 만들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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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서점·카페·강의실 갖춘 '순화동천' 어제 개관


[ 심성미 기자 ] 출판사 한길사는 서울 순화동에 다목적 문화공간 ‘순화동천(巡和洞天)’을 24일 개관했다. 김언호 대표(72·사진)가 계획부터 실행까지 2년간 공들인 문화공간이다. 김 대표는 1976년 출판사 한길사를 창립한 이후《혼불》《이이화의 한국사 이야기》등 수많은 베스트 셀러를 출판했다. 파주출판도시 건설에 앞장섰고 예술마을 헤이리 구상을 주도한 출판계 원로다.

순화동 덕수궁롯데캐슬 1층 컬쳐센터에 문을 연 순화동천은 1157㎡ 규모로 책 박물관과 서점, 아트갤러리, 카페, 강의실 등으로 구성돼 있다. 처음 들어서면 한길사가 유통 중인 책 1500여종, 3만여권을 만날수 있다. 60m에 이르는 긴 복도를 지나면서 목판화가 김억의 목판작품 ‘국토진경’도 감상할 수 있다. 지난 17여년간 책을 모티브로 조각 작품을 선보여온 조각가 최은경의 작품도 전시돼 있다. 책 박물관에는 프랑스 삽화가 귀스타브 도레, 19세기 영국에서 ‘아름다운 책’ 운동을 주도한 윌리엄 모리스의 책을 볼 수 있다.

김 대표는 순화동천을 열게 된 계기를 “한길사 책을 제대로 소개하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책의 수명 주기가 짧아지면서 유명한 책이 아니면 서점에서 잘 찾아볼 수 없게 됐다”며 “한길사 마니아 독자 수천명에게 언제든 책을 들춰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순화동천이 ‘문화 아지트’라는 서점의 고유 기능을 다하는 공간이었으면 한다”는 바람도 나타냈다. 노장사상에 등장하는 ‘동천(洞天·이상향)’을 공간 이름에 붙인 것도 그 때문이다. 그는 “언제가부터 책을 읽지 않는 추세가 계속되면서 담론 문화도 사라졌다”고 안타까워했다. 국내 2위 서적 도매회사 송인서적이 부도날 수밖에 없던 근본적인 이유 또한 낮은 독서율에서 찾았다.

김 대표는 “2000년대 3500여개에 달하던 서점이 2000여개밖에 남지 않았고, 이 중 학습지나 참고서를 판매하는 서점이 대부분”이라며 “인문·예술에 대해 토론할 수 있는 분위기가 사라졌다”고 우려했다. 그는 “앞으로 저명 인사를 초청해 강연회를 활발하게 열고 학회를 진행하고, 독자들도 언제든 찾아와 인문적 대안을 논의할 수 있는 ‘문화 담론 공간’으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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