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대선, 내달 7일 결선투표
신EU·자유무역 강조한 마크롱, 득표율 65%로 압승 예상
피용·아몽, 마크롱 지지 선언
유로화 가치 5개월 만에 '최고'
프랑스 증시 4% 이상↑…영국·독일도 올라
[ 박상익 기자 ]
프랑스 대통령선거 1차 투표에서 중도 성향 신생 정당인 ‘앙 마르슈(전진)’의 에마뉘엘 마크롱(39)과 극우정당 국민전선(FN)의 마린 르펜(48)이 각각 득표율 1, 2위를 차지해 결선에 진출했다. 기성 정당인 사회당과 공화당의 후보들이 모두 1차 투표에서 떨어진 것은 1958년 출범한 프랑스 제5공화국 체제 이후 처음이다.
프랑스 내무부가 24일 공식 집계한 1차 투표 결과에서 마크롱과 르펜의 득표율은 각각 23.8%와 21.5%였다. 공화당의 프랑수아 피용은 19.9%, 극좌성향의 장 뤽 멜랑숑이 19.6%의 표를 얻었다. 집권 사회당 브누아 아몽은 6.4%로 최하위였다.
프랑스 대선은 1차 투표에서 과반표를 얻은 후보가 없으면 1, 2위 후보가 결선을 치른다. 결선 투표는 다음달 7일 실시된다. 여론조사 기관들은 1차 투표에서 피용과 아몽에게 표를 던진 유권자들이 마지막엔 마크롱을 선택해 결선에선 65% 대 35%로 마크롱이 르펜을 압도할 것으로 관측했다.
피용과 아몽은 극단적인 르펜이 집권하지 못하도록 마크롱 지지를 선언했다. 유럽 언론은 일제히 마크롱의 우세를 전망하며 “그에게 엘리제궁(대통령 관저)의 문이 열렸다”고 보도했다.
◆EU 협력 강화 vs EU 탈퇴
30대인 마크롱과 극우 정치인 2세 르펜은 국제·무역 공약을 보면 확연히 대비된다. 마크롱은 유럽연합(EU)의 역할을 인정하며 EU 각 분야에서 프랑스의 적극적인 활동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반면 르펜은 6개월 안에 프랑스의 EU 탈퇴(프렉시트) 여부를 영국처럼 국민투표로 결정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이날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은 마크롱의 결선 진출을 축하하며 “결선 투표에서 선전하라”고 기원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대변인도 “강한 EU와 사회적 시장경제를 지지하는 마크롱 후보가 남은 2주 동안 최선을 다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자칫 르펜이 당선되면 EU 체제가 붕괴될 수 있다는 우려를 반영했다. 반면 가디언지 등 영국 언론은 마크롱이 당선되면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협상에서 강경하게 나올 수 있다며 “마크롱의 당선은 브렉시트 협상에 있어 영국에 나쁜 뉴스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마크롱은 자유무역을, 르펜은 보호무역을 옹호한다. 마크롱은 대선 후보 5명 중 유일하게 EU-캐나다 포괄적경제무역협정(CETA)을 지지했다. 프랑스가 EU를 통해 세계 무대에서 경쟁해야 한다는 것이 기본 정책이다. 르펜은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처럼 모든 분야에서 프랑스 우선주의 깃발을 들었다. 국제무역협정에서 탈퇴하고 외국인을 고용하는 자국 기업에 급여의 10%를 과세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기성정치 뒤엎겠다”
마크롱은 집권 사회당 정부에서 재정경제부 장관을 지내다 지난해 11월 앙 마르슈를 창당했다. 이후 장관직에서 사임한 뒤 앙 마르슈를 새로운 제3지대의 전진기지로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하원의석이 전무해 정치 기반은 미약하지만 오는 6월 총선에서 모든 지역구에 후보를 내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르펜 아버지인 장마리 르펜이 1972년 창당한 국민전선도 단순 극우정당이란 이미지에서 벗어나 정치적 기반을 다지게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극좌와 극우세력을 대변하는 멜랑숑과 르펜 모두 과거 체제와의 결별을 주장하며 유권자 표심을 흔들었고, 기성 정치권의 마크롱마저 신생 정당을 창당하며 차별화를 꾀했다.
1차 투표에서 마크롱이 1위를 차지하면서 이날 유럽 주요 증시는 급등했다. 프랑스 CAC40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4.1% 상승한 5266.56에 거래를 마쳤고, 영국 FTSE100 지수는 2.11% 올랐다. 독일DAX 지수도 3.3% 뛰었다. 유로화 가치는 장중 2% 뛴 유로당 1.0937달러를 기록하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이후 5개월 만의 최고치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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