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 돼지 나폴레옹·스노볼 스퀼러의 반란
자유를 억압하는 전체주의 국가의 적나라한 모습 그려
'동물농장'은 과연 먼 곳일까
반란 일으킨 동물들
‘겨우 목숨을 부지할 정도의 먹이만 먹는다. 마지막 순간까지 혹사당하다가 쓸모없다고 여겨지면 바로 그 순간 끔찍하게 죽임을 당한다. 여가를 누린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도통 모르고 산다. 도대체 자유가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 존스의 농장에서 가장 존경받는 수퇘지 메이저 영감은 참혹한 생활을 하는 동물들을 일깨우기로 작정한다. “인간이야말로 우리의 진짜 적입니다. 인간을 이 농장에서 몰아내는 게 어떻소? 인간만 사라지면 우리는 굶주리며 일하지 않아도 되고, 늦게까지 또는 죽는 순간까지 고된 노동에 시달리다 과로로 쓰러지는 일 따위는 없을 것이오. 우리를 괴롭히는 근본적인 원인이 영원히 뿌리 뽑히는 것이오.”
동물들이 이렇게 외치며 반란을 일으킨다면 세상은 어떻게 될까. 동물들의 각성을 촉구하며 “반란을 일으킵시다!”라고 외친 메이저 영감이 사흘 후 죽자 농장에서 가장 머리 좋은 돼지들이 비밀리에 움직인다. 몸집이 크고 험상궂은 데다 추진력과 의지가 강한 나폴레옹, 쾌활하고 창의적인 스노볼, 행동이 민첩하고 말재주가 뛰어난 스퀼러, 이 세 마리의 돼지가 메이저 영감의 교훈을 사상으로 정리하고 다듬어 다른 동물들에게 설파한다.
조지 오웰은 소비에트 연방을 세운 레닌과 스탈린, 트로츠키 등을 모델로 《동물농장》 스토리를 구상했다. 20세기 초반의 유럽 상황, 러시아 군주제와 소비에트 연방 건립 역사를 알면 독서에 도움이 되겠지만 《동물농장》 그 자체로만 읽어도 재미가 쏟아진다. 북한 체제와 이념 대립이 심각한 우리 사회를 대입해서 읽어도 느끼는 바가 많을 것이다.
세 마리의 똑똑한 돼지들이 계획한 반란은 성공했을까? 소송에 휘말려 돈을 날린 존스가 실의에 빠져 농장을 돌보지 않자 배고픈 동물들이 난동을 일으키면서 역사가 시작된다. 존스 가족과 일꾼을 쫓아낸 동물들은 ‘두 발로 걷는 자는 모두 적이다’로 시작해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로 끝나는 일곱 계명을 만들고 모든 일은 토론으로 정하는 등 평화롭고 행복한 삶을 이어간다. 하지만 똑똑한 돼지들이 직접 일하는 대신 다른 동물들을 감독하면서 평등은 조금씩 무너진다. 스노볼은 온갖 위원회와 연맹을 만들고 일곱 계명을 못 외우는 동물들에게 “네 발은 좋고, 두 발은 나쁘다!”를 외치게 한다. 두 개의 태양은 없는 법, 나폴레옹과 스노볼은 사사건건 충돌했고 결국 스노볼이 제거된다. 나폴레옹 신격화 과정과 동물들을 지배하는 상황은 작가가 소련이 아니라 북한을 모델로 한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다. 풍차 만들기에 동원되고 식량 생산을 위해 바쁘게 뛰는 동물들은 예전보다 더 많이 일하지만 제대로 먹지 못한다. 하지만 스퀼러의 현란한 말솜씨에 넘어가 좋은 세상에 살고 있다는 착각에 빠진다.
수많은 계명과 통제
나폴레옹을 비롯한 돼지들은 ‘옷을 입으면 안 되고, 침대에서 자면 안 되고, 술을 마시면 안 되고, 다른 동물을 죽이면 안 된다’는 계명을 어기고 만다. 돼지들은 어느 순간 두 발로 걸으면서 다른 농장 주인들과 어울린다. ‘동물 기막히게 잘 다루는 법’을 전수받으려는 사람들과 카드놀이를 하는 대단한 돼지들의 화려한 삶을 《동물농장》에서 들여다보라.
《동물농장》을 통해 사회주의를 신랄하게 비판한 조지 오웰이 바라는 것은 ‘진정한 사회주의 재건’이었다. 하지만 자유를 억압하거나 타인을 착취하는 집단이라면 그 어디나 적용이 가능한 작품이다. ‘나폴레옹 동무는 언제나 옳다’라는 구호를 외쳐야만 살 수 있는 《동물농장》, 그와 비슷한 곳이 우리 가까이에 있을지도 모른다.
영국 방송 BBC가 ‘지난 1000년간 최고의 작가’를 조사했을 때 조지 오웰은 셰익스피어, 제인 오스틴에 이어 3위에 선정됐다. 《1984》와 《동물농장》은 그를 20세기 최고의 영향력 있는 작가로 만들었다. 《동물농장》을 읽으며 좋은 사회, 좋은 나라에 대해 생각해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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