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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보호무역 정책에 회초리 든 미국 경제학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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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은 기자의 Global insight

제프리 삭스 컬럼비아대 교수
"대학 1학년생도 안할 거짓말, 무식함의 소산…참모도 무능"

더글러스 어윈 다트머스대 교수 "강달러로 무역적자 되레 늘 것"



[ 이상은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아무래도 경제학자들의 호감을 사는 인물은 아닌 것 같다. ‘좌파에 경도된(?)’ 미국 경제학자들이 지난 대선에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통령 후보를 지지했기 때문이라는 진영논리로 해석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보다는 그의 경제·통상정책이 도대체 경제학 이론으로 정당화하기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이달 말 취임 100일을 맞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난 석 달간 성과는 그다지 인상적이지 못했다. 당초 정책의 방향도 모순적이었는데, 실행 과정까지 오락가락하자 비판은 점점 거세지고 있다.


제프리 삭스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는 지난 20일 프로젝트신디케이트에 게재한 ‘경제적 무지가 무역전쟁을 촉발할 것인가’라는 칼럼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이 “대학 경제학과 1학년 학생도 하지 않을 거짓말에 몰두하고 있다”고 빈정거렸다.

삭스 교수는 국가 경제의 순수출(수출-수입, 곧 무역수지)은 그 나라의 저축(민간저축+정부저축)에서 투자를 뺀 것과 동일(NX=NS-I)하다는 경제학개론에 나오는 항등식을 다시 설명하며 이 식은 진보든 보수든, 케인지언이든 아니든 모두 인정하는 ‘참’이라고 못 박았다. 이어 미국의 무역적자는 지난 30년간 미국 정부저축이 뚜렷이 감소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미국의 총저축률(국민총소득 대비)은 1973년 11.219%에 이르렀으나 금융위기 전후엔 마이너스로 떨어졌고 2015년에는 3.415%에 그쳤다.

더글러스 어윈 미 다트머스대 교수도 ‘보호주의의 가짜 약속’이라는 포린어페어스 기고문(5~6월 합본호)을 통해 거의 같은 논지를 폈다. 어윈 교수는 무역적자가 급증하던 1980년대와 달리 지난 10여년간 미국의 무역적자는 국내총생산(GDP)의 2~3% 수준으로 유지됐다고 지적했다. 심지어 지난해 중국산 수입은 4% 감소했다고 덧붙였다. 변동환율제하에서 수입 제한을 해 봐야 무역적자 해소에 별 도움이 안 될 것이라고 그는 밝혔다.

역사적으로도 보호무역 정책이 힘을 써서 무역적자를 되돌려놨다는 전례를 찾기는 어렵다. 어윈 교수는 1930년 스무트홀리법이 도입된 직후 무역흑자를 보긴 했지만 곧 수출도 감소해 결국 효과가 없었고, 1980년대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 때는 보호무역 정책에도 불구하고 무역적자가 확대됐다고 전했다.

더욱 역설적인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거시경제 정책이 무역적자를 줄이는 게 아니라 되레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는 점이다. 어윈 교수는 레이건 행정부 때 확인했듯이 확장적 재정정책과 긴축적 통화정책을 병행하면 달러가 급격히 강세를 띠게 되며, 지난 3년간 주요 통화 대비 이미 25%나 강해진 미국 달러가 더욱 강해지면 수출이 더 늘어나기는 요원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어윈 교수의 주장이 삭스 교수와 차별화되는 지점은 ‘기울어진 운동장’을 평평하게 만들기 위해선 공정한 경쟁이 이뤄지도록 자유무역협정(FTA)을 더 확대해야 한다는 정책적 조언을 덧붙였다는 정도다.

삭스 교수는 자신의 칼럼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이 ‘무식함의 소산’이라며 “황제(트럼프 대통령)는 벌거벗었다. 외국산이든 국산이든 옷을 걸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그는 능력 있는 경제부문 조언자를 두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삭스 교수의 말이 틀렸기를 바라지만, 내기를 한다면 삭스 교수 쪽에 걸겠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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